육종각 안전보건공단 충북지도원 위원

 언제부터인지 지루한 장마와 무더운 폭염이 반복되는 한여름 날씨가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건설 현장의 목수는 목수대로, 철근공은 철근공대로 쿵쾅거리는 망치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지만 이내 땀으로 뒤범벅된다. 그러다보니 몸에 착용해야 할 안전모, 안전대, 안전화 등의 안전장구가 더욱 귀찮게 느껴진다. 그러나 근로자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 안전장구를 벗어던질 수 없는 곳이 바로 건설현장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연령은 보통 50~60대다. 젊어서부터 오랜 세월 현장 일을 했으면서도 안전모 착용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다. 안전모 미착용 과태료 5만원 부과 때문에 또는 현장 안전관리자의 감독과 지시 때문에 안전모를 쓴다면 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할 것이다.

안전보건공단에서는 매년 소규모 건설현장의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건설현장 안전보건지킴이’를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올해 채용된 충북지역의 ‘건설현장 안전보건지킴이’로 소규모 건설현장을 매일 방문 순찰하면서 사업주에게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위험요인을 설명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시설을 자율적으로 설치하도록 당부 드린다.

현장을 순찰하다 보면 안전시설이 미흡한 현장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는 사업주가 안전에 대해 무지 또는 무관심하거나, 안전에 대한 비용을 쓰지 않으면 그만큼 이익으로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현장순찰 후 사업주에게 위험요인에 대한 개선대책을 당부드리면 이에 대한 조치가 전혀 안되거나 마지못해 안전시설을 대충대충 설치하는 흉내만 내기도 한다.

작년도 충북도내 건설현장에서의 재해자는 1100여명에 이르고 그 중에 20여명이나 귀한 생명을 잃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금년은 벌써부터 작년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하니 걱정이다. 근로자가 사고를 당하면 그 가족은 어떻게 되겠는가? 산업재해로 고통 받을 근로자뿐 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가족까지 내 가족처럼 아끼고 배려해주는 사업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근로자는 자신의 안전과 가족의 행복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보호구 착용을 귀찮아하고 불편해하기 보다는 나와 가족이 안전과 행복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근로자 자신이 먼저 보호구 착용을 생활화하고, 당당하게 사업주에게 보호구 지급을 요청하는 근로자가 되어야한다.

최근 주거형태가 한가구당 1~2인의 소형 핵가족화가 뚜렷하게 진행되어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새롭게 재편됨에 따라 소형 다세대·원룸주택이 인기를 누리고 있고, 직장으로부터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Baby-Boom) 세대들이 은퇴 후 투자 수입목적으로 다세대·원룸주택을 많이 짓고 있다.

또한 건축 관련법 규제가 완화된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주변에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따른 소규모 건설현장의 증가로 산업안전에도 빨간불이 우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보다 안전의식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산업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감독과 감시가 앞으로는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실제로 소규모 건설현장의 불시감독을 위한 특별기동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세대·원룸주택, 근린생활시설,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집중감독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건설현장에 대한 집중감독을 해서가 아니라 현장 내 자율적인 안전관리에 의해 재해가 획기적으로 감소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안전의 파수꾼인 건설현장 안전지킴이로서 꿈꾸는 현장은 진정 사업주와 근로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가족같이 챙기고 즐겁게 일하며 건설현장의 무재해를 이루는 것이다.

모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개개인의 안전이 우리나라를 안전선진국으로 만드는 길임을 기억하길 바라며 건설현장 안전지킴이로서 일하는 오늘도 산업현장 역군들에게 힘찬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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