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연 충북도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장

 

축제하면 고연히 마음이 들뜨게 되고 기다려지게 마련이다. 내가 처음 겪었던 축제는 연례행사로 이뤄졌던 1970년대 대학교 때의 축제였다. 즉석 파트너와의 어색한 만남에서부터 초청가수의 노래, 게임, 장기자랑 그리고 경품추첨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빛바랜 추억들이 많았는데 요즘 축제하면 지역 특산품 축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역문화의 꽃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지역축제는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급속히 증가하여 현재는 1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지역에서도 많은 축제가 있는데 그중 옥천과 영동지역에서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가 많고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는 아마 포도축제가 아닐까?

벌써 지역별로 포도축제가 시작됐다. 처음 시작된 곳은 대전의 ‘진잠미르 포도축제’로 지난 6월 28~30일 열렸다.

뒤를 이어 옥천 향수포도축제가 오는 7월 18~21일 열리게 되며, 영동 포도축제는 8월 30일~9월 1일 열리게 된다. 전국적으로 이름이 제법 알려진 포도 축제는 옥천·영동을 비롯해 대략 16곳에서 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축제를 통해 주민들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고 문화를 공유하며 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지역특산품의 구매·홍보를 통한 포도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렇듯 축제는 문화적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인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계획단계부터 지역 농업인들과 소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겨야 하며, 축제가 끝난 후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는 환류체계를 갖추어야 보다 발전할 수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을 요약하면 축제 기획의 전문성 부족, 지역별 축제에 대한 차별화 미흡, 관 주도의 축제 운영, 편의시설 부족, 홍보 미흡 등을 꼽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이미 다 나와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포도축제의 경우 개선되어져야 할 부분은 축제 공간의 테마별 구역화를 통한 내방객의 만족도 제고와 어린이와 여성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개발, 포도를 이용한 이색 먹을거리 제공, 주차장 및 화장실 등 편의시설 확충, 유명 관광지와 연계한 코스 개발, 인터넷 그리고 SNS 등을 활용한 홍보 전략 등을 통한 6차 산업화를 이루는 길이다.

이제 사람이 경쟁력인 세상이고 보면 면단위 농촌은 그야말로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위대한 농군(農軍)들임에 틀림이 없다. 온 세상 하늘과 산천초목과 바람과 시냇물을 모두 담아 빚은 여름철 포도는 우리 부모님들의 정성과 땀방울로 빚어낸 걸작들이다.

그 옛날 여름방학 때 시골에서 먹었던 잊을 수 없는 고향의 추억 중 복(伏)때 맛 볼 수 있는 포도야말로 복덩어리였다. 여름 밤하늘 별빛 총총한 정자나무 아래에서 살가운 이웃들과 나누어 먹던 달콤함이 있었기에 고향에 대한 향수가 배어 있다.

포도 빨리 먹기, 포도 씨 멀리 뱉기, 신나는 포도 밟기 댄스, 포도 낚시게임에 연신 함박웃음이 터지고, 양념으로 여흥을 돋우는 경품 추첨에 귀를 쫑긋 세워 기대해 보지만 매번 허탕을 친다.

그거 참, 허허! 괜스런 헛웃음으로 애써 달래려 하지만, 이번에도 다 글렀어! 아쉬워하는 옆모습이 오히려 재미있다. 경품이 모두 떨어지고, 탔던 속 술 한잔으로 벌충하며,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옆자리에서 타간 자전거로 자꾸 눈길이 간다. 섭섭한 마음이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삐져나옴은 당연한 이치다. 올 여름 우리지역 포도축제에 한번 참여해서 지역경제도 살리고 멋진 추억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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