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윤 충북대 의대 교수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핵심 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의 이전 문제로 과학벨트 대한 관심과 논란이 뜨겁다. 이와 맞물려 우리 지역에 지정된 과학벨트 기능 지구의 활성화 방안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정 당시 기능지구는 거점지구와 연계해 응용연구, 개발연구 및 사업화 등을 수행하는 곳으로 정의되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개발 투자액은 최근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투자액은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국가별 과학경쟁력은 7위, 기술경쟁력은 11위이다. 투자액 대비 기술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원천 기술의 부족과 연구 개발 결과의 응용 및 사업화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과학벨트의 거점 지구에서 원천 기술을 창출하고 이를 기능지구에서 응용 및 사업화를 한다면 이는 국가 경쟁력 향상에 매우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떠한 기술을 어떻게 사업화하느냐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게 된다.

과학벨트의 핵심 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에는 2017년 까지 50개의 연구단과 중이온 가속기가 설치될 예정으로 있다.

이중 본원에 15개 내외의 연구단이, KAIST연합에 10개 내외의 연구단이 설치되면 거점지구에 총 25개의 연구단이 들어서게 된다.

따라서 이들 25개 연구단과 중이온 가속기의 성과물을 응용 및 사업화하는 것이 기능지구의 일차적인 과제일 것이나 장차 모든 연구단의 성과물이 응용 및 사업화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각 연구단은 연구 주제는 매우 다양할 것이며, 여기에서 나오는 모든 연구 결과물을 기능지구에서 개발 및 사업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떠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시키는가는 기능지구의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연구는 목표 및 성격에 따라 크게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연구 등의 3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개 기초연구는 대학이, 응용 및 개발연구는 정부 출연 연구소가, 개발연구는 산업계가 주로 담당해 왔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바로 응용 및 개발 연구의 전략적 집중화 덕분이다. 연구를 3단계로 구분하지만 각 단계는 대개 서로 중첩되고 연결된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기초 연구 결과를 무한정 기다리고 있거나 가져다주는 연구 결과만을 개발하려는 수동적 자세로는 기능지구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의 동시 개발은 매우 적절한 방안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이 단지 하드웨어적인 면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연구는 콘베이어 벨트 처럼 계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서 기능지구와 거점지구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제도적, 실질적 장치가 필요하다.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보면 기초 과학의 연구 성과가 쉽게 실용화되고 우리의 삶이 곧 풍요로워 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기초 과학은 논리적 사실, 원리 등의 진리를 밝히는 것으로 기초 과학의 연구 성과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응용 및 개발연구가 필요하며, 오히려 기초 연구 보다 더 어렵고, 더 많은 인력과 자본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기능지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초 연구단 이상의 R&D가 필요하며 이를 조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응용 및 개발 연구단을 구성하고 이를 통하여 기초 연구단과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여야할 것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바이오산업을 충북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추진해 왔다. 응용 및 개발 연구단과는 별도로 이 브랜드에 걸맞는 기초 연구단을 적어도 1개는 유치해야 충북의 체면이 서지 않을까? 이에 대한 준비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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