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을 나가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근래 들어 한류로 한국이 꽤 괜찮은 나라로 알려지고,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많이 찾다보니 그들이 사는 나라를 가게 되면 괜히 어깨가 펴진다.

며칠 전 중국여행에서도 조금은 그랬다.

줄을 설 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중장소에서 목소리를 낮출 줄 모르는 이들 속에서, 관람객이 있는데도 퇴근시간이라고 불을 끄고 쫓아내는 몰지각한 박물관의 관리 앞에서 한국인들의 질서정신과 도덕심과 배려의 자세가 비교되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지금 무섭게 경제성장을 하고 높은 빌딩들을 세우고 있지만, 인간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운남성에서 만난 조선족 가이드는 중국의 발전과 경제성장이 자랑스러운 중국인이지만, 그 사회에서 주류가 되지 못하는 소수민족으로 이중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한족 관광객을 인솔하고 한국을 몇 번 다녀간 가이드였다. 핏속에 흐르는 동질감 때문일까, 한국관광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풀어 놓았다. 한국관광은 서울 찍고, 경주 찍고, 제주 찍고...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가이드의 입담이 커질수록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남산 안올라가요. 밑에서 저기가 남산입니다 하고 지나가면 되고, 잠은 서울 밖에서 자죠. 찜질방에 풀어놓기도 하는데 자리가 부족해요. 한국관광은 쇼핑이니까요. 동대문시장에 풀어놓고, 면세점에 풀어놓고...” 거기까진 언론에 알려진대로라서 참을만 했다.

제주에 가면 성산일출봉 근처만 보고 쇼핑센터 순례를 해요. 그 왜 한국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간보호제 ㅇㅇㅇ아시죠? 그 약을 싹쓸이 합니다.”

ㅇㅇㅇ?’ 처음 듣는 약이름이었다. 가이드는 신이 났다. “그 쇼핑센터에서 바리바리 약을 사들고 나와선 다음 쇼핑센터로 이동합니다. 거기선 조랑말뼈를 사느라 난리예요. 관절에 좋다던가. 한국인들은 모두 그 약을 먹는다던데? 여러분은 안드세요?”

우리의 표정이 뜨악해서인지 가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끄러웠다.

동남아 여행에서 종종 빚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저가 여행의 행태와 무엇이 다르랴. 저가여행은 항공권 값도 안되는 가격에 여행객을 모집해 놓고선 마이너스 관광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 여행비에는 숙박비, 가이드비, 행사진행비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결국 현지여행사에 여행객을 떠맡겨 마이너스 부분을 메우게 하는 것이다. 울며겨자먹기로 여행객을 받은 현지여행사는 관광과는 관계가 없는 쇼핑강요와 옵션으로 부족분을 채울 수 밖에 없다. 이런 관광은 관광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며 모든 피해는 소비자인 관광객에게 돌아간다. 이런 여행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싼 가격만 선호하는 여행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한국여행 상품 중에 저가상품이 많다고 했다.

45, 또는 56일여행에 인민폐 4,000-5,000(80~100만원)정도라니 그 돈으로 물가가 비싼 한국에서 어떻게 제대로된 호텔에 재우고 관광을 할 수 있겠는가.

중국인들이 한국 관광에서 쇼핑을 가장 좋아한다지만, 폭리를 얻기 위해 알려지지 않은 물품으로 현혹시키거나, 푸대접으로 불쾌하게 만든다면 한국관광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설문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상품을 좋아하는 것은 믿을 수 있어서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 여행의 좋은 기억으로는 친절하다’(63%), ‘거리가 깨끗하다’(56%), ‘쇼핑하기가 좋다’(45%), ‘자연경관이 아름답다’(44%)등을 꼽았다.

한국관광 열풍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밖엘 나가 들어보니 불안하다.

한국관광 열풍이 지속되게 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여행행태를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이미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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