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연 청주 흥덕구 경제교통과
범죄심리학에서 널리 알려진 이론으로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 있다.
이 이론은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가 발표한 것으로 사회 무질서와 범죄의 전염성에 대해 경고하는 이론이다.
한 심리학자가 상태가 비슷한 자동차 두 대로 실험을 하였다. 자동차 두 대 중에 한 대는 보닛만 열어놓고, 다른 한 대는 앞 유리창을 조금 깬 다음 보닛을 열어두고 골목길에 세워 두었는데 1주일 지난 후 두 자동차 모습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보닛만 열어둔 차는 먼지가 낀 것 외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유리창이 약간 깨진 차는 배터리와 바퀴가 없어졌는가하면 너무 심하게 파괴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사소한 무질서를 그냥 놔두면 나중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이 이론은 사회 전체적으로 확장해서 적용할 수 있다.
자동차 무단방치가 대표적인 ‘깨진 유리창’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골목길에 버려진 자동차로 인해 내 아이들이 다치거나, 주차공간이 부족해 호소하는 주민들의 신고가 나날이 늘고 있다.
무단방치 자동차의 대부분은 보기에도 흉물스런 폐차직전의 자동차이거나, 불법명의자동차(속칭 대포차)이기 때문에 주변을 위험지역으로 만들어 놓는다.
주차대란을 방불케하는 시대에 폐차직전의 자동차를 공공주차장에 방치하고 남은 사람들에게 짐을 떠넘기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공지(空地)는 자신의 공간이 아니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비뚤어진 공유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며 공공정신과 시민의식이 사라진 결과이다.
‘자동차를 도로나 타인의 토지에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파란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것과 같이 너무나 당연한 기초질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공공주차장이나 도로 등에 차량을 방치하여 고발조치까지 당하는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으로 무심코 버려지는 자동차로 인해 청주는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을 무단방치함으로 인해 도시미관 저해, 행정비용 증가 등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이웃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또다시 남에게 피해를 주려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서 행정기관에서는 무단방치차량 신고자와 방치자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또 불법명의자동차(속칭 대포차)로 인해 주인없이 버려지는 자동차도 나날이 늘고있어 무단방치차량을 근절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물은 99도에서는 끓지 않는다. 아무리 99명이 질서를 지키고 타인을 배려해도 단 1명이 위법행위를 할 경우에는 결코 자발적인 질서가 확립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남의 문제는 잘 보면서도 자신의 문제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종종 분쟁이 생긴다. 남을 살필 시간에 늘 자신을 살펴보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인다면 질서는 자연스럽게 정립될 것이다.
내가 무심코 버린 단 한 대의 자동차로 인해 도시전체가 범죄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하루빨리 내 주변의 ‘깨진 유리창’을 끼워 맞추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