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하반기 이후 한국·신흥국 정체-선진국 상승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지난 수년간 제자리 걸음을 해온 가운데 선진국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라 한국 기업과 선진국 기업의 주가 격차가 세계 금융위기 이후 5년여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선진국 주가를 대표하는 지수인 MSCI 선진국 지수에서 MSCI 한국 지수를 뺀 격차는 지난달 말 963.5를 나타냈다.

는 2008년 6월 말 이후 5년1개월 만에 최대다.

선진국과 한국 주가의 격차는 지난 2000년, 2007년께 1,000 이상으로 크게 벌어졌다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쑥쑥 줄어 2009년 2월 말에는 24년 만에 최저인 459.3까지 좁혀졌다.

이후 세계적 경제위기가 차츰 진정되면서 한국 주가는 2011년 상반기까지 점차 회복했다가 그 이후 상승 동력을 잃고 박스권에 갇힌 채 정체된 상태다.

그러나 선진국 주가는 2011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대규모 양적완화 등 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본격 상승세를 타면서 한국 주가와 격차를 다시 벌리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들어 MSCI 선진국 지수는 지난달 말까지 12.7% 오른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지수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인해 6.1% 내렸다.

또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본격화된 지난 6월 이후에도 선진국 지수는 2.4% 상승했으나, 한국 지수는 5.3% 하락해 격차가 한층 커졌다.

이 같은 한국 주가의 정체는 신흥국 전반의 증시 부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MSCI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의 격차도 지난달 말 560.4로 2007년 6월 말 이후 6년여 만에 최대로 확대됐다.

이러한 선진국 호조, 신흥국 부진 추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 경제가 완만하지만 비교적 탄탄한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유로존 경제도 지난 1년 반 동안의 마이너스 성장을 마치고 2분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등 바닥을 치는 모습이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 경제도 아베노믹스 시행과 함께 작년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신흥국은 중국을 필두로 브릭스(BRICs)의 성장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어려움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은 다른 신흥국들보다 경제 기초여건이 탄탄해 향후 주가도 신흥국과 차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선진국이 신흥국에 우위를 갖는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은 환율·경상수지·경제성장률 등 경제 기초여건이 안정적이어서 그렇지 못한 신흥국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당분간 한국이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의 매력도까지 갖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수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한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 매력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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