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음악풍경 대표

“커피, 와인보다 더 많은 향 숨기고 있어”
청주 시민들이 진정한 커피를 맛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

동네마다 들어선 커피전문점으로 인해 커피는 대중적인 음료가 됐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Barista)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큐 그레이더(Q-Grader), 알 그레이더(R-Grader)와 같이 커피의 질을 감별하는 커피감별사는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큐 그레이더는 아라비카 품종의 커피를, 알 그레이더는 로부스타 품종의 커피를 다룬다. 이들은 커피 생두의 상태, 커피의 맛, 향 등을 평가, 커피의 품질을 결정한다.
김성진(31·청주시 상당구 정하동 159-1·☏043-217-3445) 음악풍경 대표는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에서 인증한 큐 그레이더, 알 그레이더 자격을 갖고 있다.
충북지역에서 큐 그레이더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은 김 대표를 비롯해 2명이고, 알 그레이더 자격은 김 대표가 유일하다.
김 대표가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아버지로부터 커피숍 운영을 제의 받았고 당시 커피와 관련된 지식이 없었던 그는 전문 바리스타를 고용, 함께 커피숍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고용한 바리스타를 통해 커피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이가 많았던 바리스타였는데 그분에게서 커피를 배우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식으로 커피를 배우신 분 같았는데 장인정신이 투철하셔서 그런지 쉽게 가르쳐 주지 않더라고요.”
시간이 갈수록 커피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갔지만 바리스타의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것이 전부였다. 바리스타가 일을 그만두면서 이마저도 배우지 못하게 됐다.
커피숍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선 김 대표가 독학으로 커피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커피관련서적을 닥치는 대로 구입, 읽기 시작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여전히 커피에 대한 의문점은 사라지지 않았다.
“저 혼자 남겨졌을 때 막막했습니다. 커피숍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좋은 커피를 대접해 주고 싶었는데 부족한 제 실력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00중에 20정도만 알아낸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책에서 커피수입업자를 지칭하는 ‘커피헌터’와 커피감별사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커피감별사 자격을 취득하기로 결심했다.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국가에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김 대표는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 아시아 중 대한민국 서울에 시험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시험준비를 시작했다. 그의 첫 목표는 아라비카 커피 품종을 감별하는 큐 그레이더였다.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향미, 산미, 후미, 질감 등 4개 항목을 평가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쓴 맛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커피에는 다양한 향미가 있었고 이를 잡아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작업을 커핑(Coffee Cupping)이라고 하는데 생두를 감별하고, 로스팅 된 원두의 향과 분쇄된 원두의 향, 그리고 분쇄한 원두를 물에 넣어 맛보는 슬러핑(Slurping) 과정이 포함돼 있다.
이 과정에서 슬러핑 과정이 문제였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과정이었다. 공기와 함께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너무 많은 커피를 맛보다 보니 불면증과 같은 부작용이 생겼다.
“슬러핑을 하면서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대부분 맛을 음미하고 뱉어냅니다. 무의식적으로 마시는 커피 만해도 18ℓ들이 플라스틱 통을 가득 채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잠자리에 들 때면 심장이 뛰어서 잠을 거르기 일쑤였습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큐 그레이더 자격을 획득했지만 또 욕심이 생겼고, 지난 5월 알 그레이더 자격 취득시험을 치러 합격했다.
김 대표는 알 그레이더 자격시험을 준비하면서 로부스타 품종의 매력을 찾게 됐다.
알 그레이더는 가격이 저렴해 많은 사람이 찾지만 큰 매력이 없는 로부스타 품종을 감별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큰 인기가 없다. 하지만 저렴한 로부스타 품종의 경우 별다른 매력이 없으면서도 풍부한 향미를 갖고 있는 원두가 일부 나온다는 것.
김 대표는 “로부스타를 비롯한 커피원두에서 사과향이 나기도 하고, 갓 볶은 아몬드 향이 또는 초콜릿 향이 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같은 커피를 찾아내는 것이 커피감별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쉬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른 채 커피의 맛을 쓴맛이라고 표현한다”며 “이는 사람들이 대형커피전문점에 맛이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커피감별사 심사위원 자격을 취득하려 한다. 많은 경력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의 목표는 변함없다.
또 하나는 청주시민들이 진정한 커피 맛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의 커피숍이 청주시내에서 벗어나 구불구불한 도로를 한참동안 달려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커피를 선보이기 위해 청주 중심부에 가게를 마련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커피도 와인처럼 숨길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쓴 맛이 커피의 전부가 아니라 시민들이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이삭·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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