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 국장(충주지역 담당)

16년만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1,672억원을 전액 환수할 수 있게 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와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 여론의 지지 등 3박자가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1997년 4월 추징금 판결이후 29만원이 전 재산이라고 우기며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완전한 집행이 앞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뉴스를 접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무엇인가 찜찜한 것이 남아있어 개운치 못하다.
 추징금 1672억원은 환수되더라도 그동안 `전재산 29만원' 버티기로 국민을 우롱하고 국가의 법집행 능력과 의지를 조롱거리로 만들어온 전씨의 행태는 두고두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됐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는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미납추징금 자진 납부의사를 밝히며 가족들을 대표해 머리숙여 사과했다.
 이로써 여론을 들끓게 했던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문제는 일단락된 듯 보인다.
 끝까지 추징금을 내지 않을 것처럼 버티던 전 전 대통령 일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전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 였던 처남 이창석씨의 구속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후 차남 재용씨의 소환과 더불어 검찰의 압박수위가 높아지자 부담감을 느겼기 때문이다.
 또 지난 4일 230억 원의 추징금을 완납한 친구(?) 노태우 전 대통령의 행보 역시 추징금 납부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전액 환수 의지를 처음 피력한 것은 지난 6월 11일 국무회의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정부가 해결하지 못해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20여 일 뒤인 7월 16일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자택·사무실 등 17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은닉재산 환수를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여론도 함께 했다.
 각 여론들은 앞다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을 들춰내고 특별환수팀의 상세한 수사과정을 보도하며 국민들의 궁금증을 대신했으며 국민들의 속내를 만족시키는데 앞장섰다.
 하지만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부터 납부까지 16년이란 긴 시간 불법자금으로 불린 재산의 처리와, 일가 내 재산 이동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요구가 거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9~10일 양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604명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을 완납하면 진행 중이던 은닉 재산 수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물은 결과, ‘수사를 계속 해야 한다’는 68%에 달했고 ‘그만둬도 된다’는 25%에 그쳐 추징금 완납을 수사 중단의 이유로 보지 않는 국민이 더 많았다.
전 연령대에 걸쳐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으며, 특히 40대 이하에서는 열 명 중 8명이 계속 수사하기를 바랐다.
새누리당 지지자(269명) 중에서는 ‘수사 계속’ 55%, ‘수사 중단’ 39%로 수사 중단 의견도 적지 않았으나, 민주당 지지자(114명)와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205명)에서는 ‘수사 계속’ 의견이 80%에 육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1672억원에 대한 ‘선고 후 법정이자율’을 20%(단리)로 계산할 경우 이자는 총 5350억원에 이른다.
추징금 원금과 이자를 합하면 7022억원에 달한다.
 당초 전씨 일가가 깔고 앉은 채 재산증식의 밑돈으로 굴려온 자금은 내란과 뇌물수수 추징금으로 지난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과 함께 당연히 국고로 환수됐어야할 대상이었다.
 콩나물값 한푼을 아껴가며 성실하게 살아온 국민들은 전씨의 천문학적 비자금 규모에 경악한데 이어 법과 재판결과를 우롱하듯 버텨온 전씨의 행태와 이를 방치해온 국가기관의 무능력과 무기력에 또 한번 분노와 자조를 곱씹어왔다.
전씨가 차명계좌 형태로 은닉한 비자금은 일가와 주변에 흘러들어 부동산과 미술품, 사업체 등으로 위장되고 세탁되고 불어났다.
비자금에 다시 수많은 사후 불법행위가 결합되고 추가되는 과정을 거쳐온 것이다.
 검찰 환수팀에 이번에 압류된 재산만도 재국씨 소유의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땅, 재용씨 소유의 경기도 오산땅 등 800억-900억원대에 달하는 사실은 오랜시일 시늉만 해온 환수작업의 결과를 보여준다.
 따라서 전씨 일가가 미납추징금을 자진납부하더라도 1,000억원의 재산이 남아 있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역외탈세 의혹 등 일가의 드러난 혐의에 대한 불법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할 것이다.
법위에서 서서 국가의 법집행능력과 의지를 시험해왔던, 그래서 국민의 상실감을 키워온 일부 인사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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