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무좀 치료에 쓰이는 항진균제 시클로피록스가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죽이는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저지 주립대학인 럿거스 대학 의과대학의 마이클 매슈스 박사는 시클로피록스가 HIV에 감염된 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3일 보도했다.

매슈스 박사는 시클로피록스가 HIV에 감염된 세포의 '발전소' 격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차단해 감염된 세포가 스스로 죽게 만든다는 사실이 시험관 실험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핵 바깥에 있는 부분으로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역할을 수행하며 세포핵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DNA를 지니고 있다.

HIV에 감염된 세포를 배양해 시클로피록스에 노출시킨 결과 HIV가 영구소멸됐으며 나중 시클로피록스 투여를 중단했어도 HIV가 되살아나지 않았다고 매슈스 박사는 밝혔다.

시클로피록스는 HIV에 감염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함께 HIV 유전자의 발현을 차단함으로써 HIV에 의해 기능이 마비된 감염세포의 자살경로를 부활시켰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살경로는 세포가 감염되거나 손상되었을 때 자연적인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이다.

시클로피록스는 HIV에 감염되지 않은 정상세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여러 종류의 항바이러스제를 혼합한 칵테일 치료제는 HIV를 억제하는 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으나 HIV를 완전히 뿌리뽑지는 못하기 때문에 평생 복용해야 한다.

칵테일 약으로 HIV를 완전 소멸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감염된 세포가 스스로 죽는 자살경로를 HIV가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시험관실험 결과를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시클로피록스는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에 의해 승인된 약이기 때문에 임상시험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며 비용도 적게 들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결과는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중과학도서관'(PLoS On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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