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관석 (음성 담당 부국장)

 
지자체마다 바빠지는 계절이 왔다.
각 지역마다 저마다 색깔을 띤 축제가 몰려 있는 가을이다.
충북에도 크고 작은 지역문화축제가 시작됐다.
지역 특산물 잔치까지 각 시군마다 서로 뒤질세라 앞 다퉈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포장만 근사한 행사가 적지 않다.
뜨내기 관광객들의 놀이판이나 장터로 전략한 행사가 부지기수다.
지자체 도입이후 지역을 홍보하고 관광수익을 올려보자는 생각에 경쟁적으로 축제를 신설했다.
축제의 상차림을 봐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서로 베껴먹기를 하다 보니 내용이 천편일출이어서 이름만 바꿔달면 어느 축제가 어느 축제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전국각지에서 열린 지역 축제는 2000여개에 달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축제까지 따지면 3000여개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지역축제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것은 1995년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부터다.
이처럼 지역축제가 난립하는 데는 자치단체장의 선심행정도 한몫을 한다.
지역주민을 자연스럽게 동원할 수 있는 이벤트성 행사는 단체장의 치적홍보와 얼굴 알리기의 주요 장이기 때문이다.
음성군도 마찬가지다.
음성을 대표하는 축제는 전국 품바축제, 복숭아축제, 수박축제, 설성문화제와 청결고추축제가 있다.
수년전부터 음성군은 설성문화제와 고추축제를 예산 절감 차원에서 합병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해 왔다.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두 축제가 통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은 또 하나의 축제를 마련했다.
‘1회 음성 인삼축제’가 그것이다.
차별화된 컨텐츠 없이 동네잔치를 연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2부터 6일까지 열리는 금왕읍민의 날 행사에 1회 음성 인삼축제를 고안해 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4번째로 넓은 면적에서 인삼이 재배되고 있지만 홍보가 안돼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음성 인삼은 대부분 금산 인삼으로 둔갑, 유통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얼굴 없는 인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축제는 행사 내용이 비슷하다.
인삼 품평회를 겸한 인삼 왕 선발, 인삼 전통달인 선발 등 체험 프로그램과 도시 소비자 초청행사, 인삼 체험관 운영 등 프로그램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불러 먹고 마시는 게 전부인 예산낭비형이 주를 이룬다.
단체장 선거운동용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산낭비의 지적이 많아 이에 따른 해결 방안으로 축제 통합이 논의돼 왔다.
축제 통ㆍ폐합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축제를 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
얼마든지 설성문화제에 접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중을 기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음성 인삼 판매를 주목적으로 했다면 설성문화제가 아닌 읍민의 날 행사와 접목시킨 것은 음성인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다.
정체성의 확보 없이 유희성 행사로 전략한 구태의연의 축제는 지역민들에게는 축제 피로감만 안겨줄 뿐이다.
행정기관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움직이는 축제가 아니라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축제가 끝남과 동시 다음이 기다려지는 축제가 돼야 한다.
치적을 알리고 홍보하려는 단체장의 조급함이 끼여들어서는 결코 안된다.
축제를 통해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선출직이 있는 한 줄줄이 새는 세금을 막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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