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정 옥천군청 주무관


옥천군이 해마다 선정하는 ‘자랑스런 군민상’이 최근 들어 ‘자랑스러운 군민상’으로 표기가 바뀌었다.
그동안 잘못된 한글 맞춤법을 사용해왔다는 한 공무원의 지적 때문이다.
주인공인 옥천군청 재무과 재산관리팀에 근무하는 정윤정(41·여·행정7급) 주무관.
옥천군청 내에선 ‘한글 선생님’으로 불린다.
옥천군청 내부 전산망에는 벌써 8년 전부터 올바른 한글맞춤법 안내 글이 매일같이 게시되고 있다.
정 주무관이 흔히 틀리기 쉬운 한글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글이다.
“손으로 한줌 움켜쥔 만큼의 분량은 ‘웅큼’이 아니라 ‘움큼’이고요, 담배는 ‘핀다’가 아니라 ‘피운다’로 써야 올바른 표현입니다. 이처럼 우리들 주변에선 흔히 잘못된 말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정 주무관이 한글맞춤법 안내를 하기 시작한 것은 옥천읍사무소에 근무할 당시, 공문서에 일본식 표기법이 쓰인 것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공문서부터라도 올바른 한글을 사용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흔히 잘못 쓰이는 말들을 찾아 바로잡기 시작했다.
그녀는 공문이나 각종 서류를 보다가 잘못 표현된 문구를 발견하면 전체 직원이 볼 수 있는 전산망을 통해 바른 표기법을 알린다.
공유재산 관리업무를 처리하기에도 바쁘지만, 개인적인 시간을 짬내 ‘한글맞춤법 전도사’를 자처해 오고 있다.
정 주무관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을뿐, 국어학이나 한글 맞춤법을 따로 공부한 적이 없다.
그러나 국어 교육 인터넷사이트인 ‘우리말 배움터’를 이용해 헷갈리는 한글 맞춤법을 하나 둘 익혀가면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췄다.
그녀가 한글 맞춤법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것은 아직도 공직사회에서 잘못 쓰이는 우리 말과 글이 많기 때문이다.
‘회계연도’를 ‘회계년도’로 잘못 쓰는가 하면, ‘계약을 맺었다. 피해를 입었다’ 등 ‘역전 앞’ 식의 중복된 표현도 넘친다.
심지어 그녀는 업무상 자주 들여다보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서 ‘입찰에 부친다’를 ‘입찰에 붙인다’로 잘못 표기한 부분을 찾아내 정정을 요청한 일도 있다.
또 최근 구입한 김치냉장고의 기능 중 ‘맛듦’이 ‘맛듬’으로 오기된 것을 찾아내고는 ‘시듦’, ‘만듦’, ‘힘듦’, ‘찌듦’ 등 틀리기 쉬운 유사단어를 골라 내부전산망에 게시했다.
그녀는 문서를 작성할 때 습관적으로 한글 맞춤법 검색 기능을 활용한다.
단순한 맞춤법 잘못은 이 기능을 통해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뒤에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인터넷 사전을 펼쳐 올바른 표현을 익힌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그녀는 육계장(육개장), 모밀국수(메밀국수)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오용하는 단어를 찾아내고 주변사람에게 전파하고 있다.
‘동절기’ 대신 ‘겨울철’, ‘스폿광고’ 대신 ‘토막광고’, ‘옵션’ 대신 ‘선택사항’ 등 관행화된 행정용어도 쉽고 편한 우리 말로 바꿔야 한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맞춤법을 꼼꼼하게 따지는 버릇이 생기면서 그녀는 일상에서 눈에 거스르는 표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겨났다.
신문에 끼여 있는 전단지에서 ‘가격을 깍았다(깎았다)’거나 ‘전기세(전기요금)를 반으로 줄였다’는 표현 등이 그것이다.
옥천군 한 공무원은 “공문서에서 일반적으로 틀릴 수 있는 한글맞춤법과 외래어를 정 주무관의 도움으로 올바로 표기하는 일이 많다”며 “공직 내부에서부터 올바른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틀린 한글맞춤법과 잘못된 외래어 표기로 옥천군 행정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올바른 한글 맞춤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옥천/손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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