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느 누구도 양업고를 ‘문제아들의 학교’라 부르지 않는다. 교사가 학생을 폭행하고, 친구가 친구를 왕따 시키는 ‘막장’드라마들이 다른 학교들의 교실에서 난무하는 가운데 양업고는 ‘좋은 학교’로 인증까지 받았다. 학생들의 복장은 여전히 자유롭고 개성 넘치지만, 머리가 좀 파랗고 분홍이면 어떠랴. 그 안의 마음이 바다보다 푸르고, 그 꿈이 핑크빛으로 빛나니 말이다.

장홍훈(49?사진) 양업고 교장 신부를 만났다. 마침 그 날은 3학년 학생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는 날이었다. 선배들이 조성해 놓은 푸른 잔디밭 위로 학생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넘실댔다.

장 교장 신부는 9년간 대전 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3월 양업고에 부임했다. 장 신부는 “최양업 신부님의 이름과 퀄리티라는 단어가 일치된 것이 가장 기쁘다. 학교 초창기부터 16년간 지속해온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이라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모두 행복한 학교가 됐다”고 말했다.

 

▷양업고 부임 후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9년간 사제를 양성하다 분홍색, 파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귀걸이를 한 아이들을 보니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나도 발랄한 겁니다. 인사도 잘 하고 욕도 거의 하지 않아요. 얼마나 자유롭고 밝은 마음을 가졌는지 모릅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하니 저는 정말 행복한 교장입니다.”

 

▷일반 학교 학생들의 목표가 대입이라면 양업고 학생들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금 내가 학생으로서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고, 자신의 꿈과 끼를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 까닭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명문대에 진학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명문대에 가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성취감을 갖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줍니다.”

 

▷자유의 범위가 넓어지면 문제가 되지 않나요?

“초창기에는 담배, 술, 폭력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들어와도 스스로 끊게 됩니다. 학생자치법정인 ‘감화 양업’ 등을 통해 학생 스스로 변화하고 고쳐 나가는 것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내부 통제 방식으로 교사나 친구가 아이의 세계에 들어가 좋은 친구가 되도록 합니다. 아이들은 미성숙해서 잘못한 것은 분명히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리고 책임지는 방법을 선택하게 하면 아이들은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학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요?

“입학할 때 학부모도 면접을 봅니다. 입학 후에는 2주일에 한 번씩 가족 관계 훈련을 갖고, 가족간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부모교육을 받고, 여름 가족캠프는 부모님들이 준비부터 모든 과정을 직접 하십니다. 지역별로 가족 모임을 갖기도 합니다.”

 

▷양업고 입학 전형 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1단계 전형 중 70%가 글쓰기입니다. (1단계 전형은 출석점수(10점), 교과점수(20점), 글쓰기(70점)로 이뤄진다.) 글쓰기를 보는 것은 생각이 있는 아이라면 변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토론 면접, 다면 면접, 심층 면접 등 3가지로 구성된 2단계 전형을 거치게 됩니다. 중학교 때 성적이 바닥이어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너무 많이 이곳에 들어오기를 원하는데 다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3년을 재수해서 들어온 학생도 있어요.”

<글?사진/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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