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시낭송이 문학의 '한류'되어 중국 동포사회에 문화상품으로 재탄생 될수 있을 것

 ● 때 : 10월 17일

● 곳 : 동양일보 이사실

● 진행 : 김동진 취재부 부국장

● 기록 : 조아라 취재부 기자

● 사진 : 임동빈 사진부 차장

김동진 부국장 

● 참석자 (가나다순)

△강정숙 연변인민출판사 문예부 부부장(수필가)

△리은주 조선족 문학지 ‘장백산’ 편집기자

△리임원 연변문화예술연구소장(시인)

△리홍규 흑룡강조선어방송국 부국장(시인)

△박문봉 북경중앙민족출판사 조선문 편집실 실장(시인)

 

시가 어울리는 계절 가을이면 동양일보는 충북도내 각 시?군을 순회하며 ‘충청북도 순회문학제’를 열고 있다. 동양일보는 지난 1992년 처음으로 시낭송회를 열었으며,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시를 낭송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지난 2000년부터 매년 명사시낭송회를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충청북도 순회문학제’로 확대?개편해 도민들에게 보다 폭넓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행사는 평소 시를 가까이 하기 어려운 기관?단체장이나 각 분야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잊고 있던 시심을 되찾을 기회를 제공했으며 시낭송의 저변 확대를 이루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동양일보는 매년 이 행사를 열며 중국 동포 문인들을 초청하고 있다. 고국과 떨어진 먼 곳에서 소수민족으로 살면서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이들을 초청해 같은 핏줄로서의 동질감을 나누기 위해서다. 그동안 동양일보의 초청으로 충북을 다녀간 중국 동포 문인들은 120여명에 달한다.

올해는 단장인 리임원 연변문화예술연구소장을 비롯한 5명의 방문단이 지난 3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 방문 일정 동안 충북도내 전역에서 진행된 ‘2013 충청북도 순회문학제’에 참석했으며 오는 24일 출국할 예정이다. 중국 동포 문인들과의 좌담회를 통해 고국을 방문한 소감과 중국과 한국의 문화적 교류 방안, 우리말 계승?발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김동진 취재부국장 “고국을 방문하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박문봉 북경중앙민족출판사 조선문 편집실 실장 “충북에 방문한 것은 처음인데 아주 인상이 좋습니다. 문화와 경제가 많이 발달한 듯하고 풍광이 매우 수려하며 경치가 아름답습니다.”

 

리임원 소장▷리임원 연변문화예술연구소장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벌써 20년이 넘다보니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많은 교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한국인과 조선족은 같은 동포이지만 문화적인 면에서 아직도 극복해야 할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민족으로서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많은 협력들이 필요합니다. 동양일보에서 순회문학제를 열고 있는 것도 속 깊은 뜻은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리은주 조선족문학지 ‘장백산’ 편집기자 “저는 조선족 3세대입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잘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동양일보의 초청으로 충북에 와서 순회문학제에 참가하며 우리말을 반드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족이 계속 우리말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언론사에서 열심히 지지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참 감격스러웠습니다.”

 

▷강정숙 연변인민출판사 문예부장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동양일보의 조철호 회장님이 해마다 저희를 초청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직접 한국에 와서 행사에 참가하며 더욱 깊은 뜻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 와서 감동을 받고 중국 땅에서 우리의 글과 문화를 더 오래도록 지켜나가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저희를 양성하시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입니다. 한국인들은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환경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딸아이가 서울에 살고 있어 딸의 집에 20여 일간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아주 철저하게 쓰레기를 분리수거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도 따로 있어서 음식물을 버리기 위해서는 돈을 들여 봉투를 구입해야 하니 쓰레기를 적게 만들게 되더군요. 이렇게 가정에서부터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생각하니 놀라웠습니다. 또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많이 배려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찻길을 지날 때 중국에서는 앞에 사람이 있으면 운전사가 빨리 지나가라고 재촉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고 배려하더군요. 다른 사람에게 절대 불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참 매너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홍규 부국장▷리홍규 흑룡강 조선어방송국 부국장 “저는 이전에도 한국을 많이 방문했습니다. 주로 서울에서 많이 활동하고 지방에는 거의 내려와 보지 못했지요. 충북에 와 본 것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서울과 지역의 차이를 찾아보려 했는데 별로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지역의 상황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겠죠.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우선 도시와 농촌 어디를 가든 참 깨끗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순회문학제를 다니는 동안 음성에서 하룻밤 묵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시골 마을의 할아버지 댁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중국의 상황과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시골에도 노인들밖에 없고 젊은이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가 있었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가꾸던 논을 다 팔아버리고 살고 계시던 할아버지께 “사는 게 어떠십니까?”하고 여쭤보니 “뭐 그저 그렇다”고 대답하셨지만 그래도 여유 있어 보였습니다. 한국의 농촌은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현재 중국의 농촌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을 보였을 것입니다. 한국의 농촌은 지금 중국의 농촌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좋은 점을 배워 우리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중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삶의 질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경제는 현재 분명히 발전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돈에 궁극적인 지향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자기 삶의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동양일보에서 하고 있는 순회문학제나 시낭송경연대회도 이런 것들에 포괄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문화들이 이미 몸에 배어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부국장 “박 실장님, 현지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활동 내용을 소개해 주시죠.”

 

박문봉실장▷박 실장 “저는 북경중앙민족출판사 조선문 편집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각 문화기관 중에는 한국어를 다루는 곳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저희를 포함한 5대 조선어 기관이 북경시 조선족 사회?문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민간 사회단체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여성협회나 기업가협회 등이 활성화되면서 기존에 문화기관들이 하던 역할을 사회단체와 연합해 하고 있어요. 저희는 매년 두 가지의 큰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매년 음력설마다 조선 음력설맞이행사를 열고, 2년에 한 번 조선족 체육운동회를 개최합니다. 국가로부터 얼마간의 자금을 받고, 문화 단체와 사회단체가 연합해 모금을 통해 행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까지는 한국 업체의 후원이 많았지만 최근은 조선족 업체의 후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조선족의 힘이 커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내에서 우리의 모국어를 살리고, 다양성을 지니면서 공통점이 있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시낭송을 문화 상품으로 승격시킨다면 북경에서 조선족과 한국인을 같이 아우를 수 있는 공통분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실천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김 부국장 “리임원 소장님께서는 지난 1년 동안 어떤 일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셨나요?”

 

▷리 소장 “중국의 한족과 연변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연변 지역을 위주로 중국 무형문화 유산 발굴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에도 다녀왔지요. 다녀올 때마다 저희들도 연변에서 시낭송회를 열기 위한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변은 길림 등 다른 지역과는 구조적으로 좀 달라 시낭송회를 열기에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한국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연변에서도 시낭송회를 열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김 부국장 “리은주 기자님, ‘장백산’ 잡지사가 상당히 큰 규모로 알고 있습니다. 잡지사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

 

▷리 기자 “‘장백산’은 중국에서 조선어로 된 간행물을 펴내는 가장 큰 잡지사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문학 작품들을 다루고 있는데 타 잡지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의 유명한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55개 소수민족의 문학 작품 중 수준 있는 작품을 선정해 한국어로 번역해 잡지에 싣고 있습니다. 해마다 조선족 작가들과 유명 인사를 초청해 출판기념회와 문학 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김 부국장 “강정숙 부장님, 연변인민출판사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강정숙 부장▷강 부장 “중국에 조선족 출판사는 모두 6개이고 규모는 아마 재직 인원을 놓고 볼 때 저희 연변인민출판사가 가장 클 것입니다. 현재 140여명이 재직하고 있으며 퇴직 후 초빙해 일하시는 분들까지 포함하면 인원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1년에 출판하는 책은 200여종입니다. 국가에서 출판 비용을 모두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개인 출판사가 많은 한국과 달리 중국은 출판사를 계획적으로 통제합니다. 출판사 임직원은 국가 공무원처럼 국가에서 월급을 받습니다. 국가에서 바코드를 200개를 허락해, 200개에 해당하는 출판 비용을 줍니다. 책 한 권당 중국 돈으로 2만원, 한국 돈으로 400만 원 정도입니다. 이렇게 책을 무료로 출판할 수 있는 체계가 되어 있어 책을 내서 밑지는 일은 없습니다.

 

▷박 실장 “한 말씀 덧붙이자면 중국의 소수민족 출판사는 국가 지원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연변처럼 국가가 전액을 보조하는 지역도 있고 부분적으로 지원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곳도 있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아예 정해져 있는 지원은 없고, 소수민족 출판기금 등에 공모해 선정될 경우 지원을 받게 됩니다.”

 

▷김 부국장 “리홍규 부국장님, 흑룡강 조선어방송국은 어떤 곳입니까?”

 

▷리 부국장 “흑룡강성 라디오?TV 방송총국이 있고 저희는 라디오계열 방송에 속합니다. 교통?도시?여성?대학생 채널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조선어방송 채널입니다. 초기에는 라디오 채널이 딱 두 개였는데 저희가 그 중 하나였습니다. 최근 20여 년간 라디오방송이 크게 발전해 현재는 11개 채널이 되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고 뉴스, 예능, 문화 등 방송에 나오는 모든 기능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청취 대상은 흑룡강성이지만 동북3성에 전파가 다 닿아 많은 지역에서 듣고 있다고 합니다. 10여 년 전부터 인터넷으로도 방송을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에 5개의 방송사가 있는데 저희가 유일하게 조선어 방송을 하는 방송국입니다. 길림성과 요령성에는 조선어 방송국이 없습니다. 저희 방송국에서는 조선족을 위해 준정부 역할을 해 왔습니다. 흑룡강성 사무직위원회에서는 다른 소수민족까지 관장하다보니 조선족만을 위해 세밀한 곳까지 신경 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흑룡강 신문사나 방송국이 그런 역할을 해 왔습니다만 최근 조선족 인구가 줄어들며 그 역할이 약해지기도 했습니다. 저희 방송국에서는 문화 행사들을 많이 개최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10년째 열고 있는 중국 어린이 방송문화 축제입니다. 노래자랑, 음악 콩쿠르, 글짓기, 우리말 자랑(낭독?낭송) 등의 부문으로 대회를 개최하는데 한국의 한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전국의 초?중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합니다. 연변, 요령, 내몽고, 북경에서까지 참가하는 등 규모가 굉장히 큰 행사입니다. 그 외에도 생활수기공모 등 청취자들을 위한 많은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김 부국장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동안 충북의 각 지역을 돌며 순회문학제에 참가하셨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박 실장 “시라는 고급문학이 충청북도와 동양일보의 노력 속에서 대중문화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문화 운동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리 소장 “도지사, 군수, 군인이 무대에 올라 시낭송을 하는 것을 보며 국민들의 수준이 높고 과연 이래서 선진국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리은주 기자▷리 기자 “행사장에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와 있는 것을 보고 한국의 청소년들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를 접할 수 있으니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족 청소년들도 어렸을 때부터 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합니다.”

 

▷강 부장 : 문학제에 참가하면서 ‘한류’, ‘문화 한국’이라는 말을 가슴으로 느꼈습니다. 군수, 군인, 경찰들이 아주 공손한 자세로,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 시를 읊는 것을 보면서 진정 문화적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류의 바람을 타고 드라마가 세계로 수출되고 가수들도 해외 공연을 열고 있습니다. 그런데 충청북도에서 시낭송 하는 것을 따라 길림지구 등에서 시낭송회가 활발히 열리고 있으니 이것 역시 한류가 아닌가 합니다. 연변에서도 문학과 관련된 행사에서는 시낭송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청북도의 시낭송회가 한류가 되어 중국 동포 사회에서 문화 상품으로 재탄생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리 부국장 “명사들의 시낭송이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에게는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명사들이 어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사 뿐 아니라 학생들을 무대에 올려 시낭송을 하도록 하면 학생들의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합니다. 관람에만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의 폭을 넓히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김 부국장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교류 방안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신다면?”

 

▷박 실장 “한국의 대중문화가 한류를 타고 중국에 많이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최고급 엘리트 지성인들은 예전부터 한국을 속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잘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또 한국은 대중문화 수출에는 성공했지만 고급문화 수출은 미약합니다. 예전에 중국에서 박경리의 ‘토지’ 1,2,3권을 출간한 적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예산 기획을 잘해서 한 번에 시리즈로 나갔어야 했는데 첫 해에 1권, 그 이듬해에 2권, 3년 후에 3권… 이런 식으로 내놓으니 시장성이 없는 겁니다. 한중문화교류 시 고급문화 수출이 필요한데 이 때 조선족을 활용하면 예산을 줄이고 북한과의 문화 교류에 상대적으로 아주 큰 효과를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리 소장 “박 실장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한민족의 문화를 잘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국 조선족들이 역할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 부국장 “한국과 중국 사이의 국제교류는 굉장히 크게 이루어집니다. 많을 때는 한번에 100여개의 기업들이 오고가기도 하지요. 이렇게 경제 교류는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지만 문화적인 교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한류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조직적인 차원에서의 문화 교류는 미약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그 가운데서 조선족들을 앞으로 내세우면 교류를 위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문화 교류에 있어 조선족이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박 실장 “조선족에게 있어 한국은 모국으로서의 임무가 있습니다만 책임 의식이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문화적인 지원이 많이 있어야 할 텐데 정치적인 쇼로만 보이는 형식적인 교류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 점이 좀 아쉽습니다.”

 

▷김 부국장 “조선족 사회에서 잊혀 가고 있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박 실장 “언어라는 것은 경제 문화 발전과 같이 가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국력 상승에 따라 최근 중국에는 한국어 학과가 많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모국어가 그네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죠. 문제는 새로 형성되는 도시 사회에서 우리 모국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없다는 것입니다. 북경, 청도, 상해 등에는 아예 우리말을 가르치는 학교가 한 곳도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조선족 학교가 세워진다 하더라도 90% 이상의 학부모들이 대부분 자녀들을 보내지 않으려 합니다. 북경에 있는 한국어 문화원에서 한국어 학습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지역의 조선족 사회와 긴밀히 결합해 활성화 시킬 필요성이 있습니다. 언어 연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조선족 아이들이 언어적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북경 지역에 기숙사를 포함한 조선족 학교를 꼭 설립해야 합니다. 단순한 학교의 역할이 아니라 그 지역의 조선족 문화를 아우르고 리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선적 학교를 세움으로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언어를 지켜갈 수 있습니다. 이런 쪽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리 소장 “중국이 지각 변동을 겪으면서 조선족 사회도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사실 연변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저희 문화예술연구소를 보더라도 수년 전에는 조선족 예술인들이 모여 열심히 활동했는데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전문가들이 많아 돌아가시고 신세대들은 예전의 어른들처럼 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우리글과 말에 많은 애정을 갖고 지켜나가려 하지만 상황이 여간 근심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민간 차원에서만 될 일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지지나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민족을 위한 책임 의식만으로는 더 이상 안 됩니다.”

 

▷리 기자 “다들 너무 큰 말씀들을 하셔서 저는 그냥 제 주변의 일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사는 장춘시에는 조선족 소학교와 중학교가 점점 사라지고 학생과 교사들도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학생들은 조선족 학교에 다니고 대학을 들어가거나 취직을 하게 되면 많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중국 학교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조선족 학교를 졸업했을 때 진출에 한계가 있고 시장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 학교에 가는 것입니다.”

 

▷강 부장 “제 막내 동생은 한국에 나와 산지 2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아이가 세 살인데 “나는 중국에 가면 조선족 학교가 단 한 곳만 남더라도 조선족 학교에 아이를 보내겠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느낌이 참 좋다는 것입니다. 많은 조선족 부모들이 한국을 다녀오면서 동생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미 중국에서 대학교까지 다 졸업한 조선족들을 한국에 많이 나오게 해서 순수한 우리 민족의 문화를 접하고 좋은 점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리 부국장 “지역마다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연변에서는 학생들이 중국 학교에 다니면서 중국어를 해야 중국 사회 진출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흑룡강성 하얼빈은 반대입니다. 저희는 어려서부터 주위에 우리말을 할 수 있는 조선족이 적었습니다. 다들 중국어를 하니 조선학교에 간다 하더라도 중국어는 자연스럽게 잘 하게 됩니다. 그러니 만약 조선학교를 간다면 한국어와 중국어 두 가지를 모두 잘하게 돼 오히려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지요. 하얼빈에서는 한국어를 해서 대학에 가면 취직은 걱정 없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족이면서 중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아마 절반 이상 차지할 것입니다. 전에 제가 연해지구의 한 대도시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과 우리글을 가르칠 학교가 딱 한 곳 밖에 없었습니다. 400명이 정원인 사립학교였습니다. 그곳에는 20만 명의 젊은이들이 살고 있으니 적어도 10∼20곳의 학교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민족 사회에서 풀어나갈 숙제로 어떤 대안이 적극적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김 부국장 “마지막으로 충북도민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 실장 “충북의 어느 곳을 가든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해주신 동양일보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대에 서서 시낭송을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시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신 도민 분들 고맙습니다.”

 

▷리 소장 “올해로 13년째 중국 동포 문인들과 함께 충북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120여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고국의 문화와 정신을 익히며 많은 것을 습득하고 돌아갔습니다. 저희를 초청해주신 깊은 뜻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며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리 기자 “저는 비록 한국말은 많이 서툴지만 한국의 드라마나 음악 등을 접하며 한국에 대한 사랑을 키워 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시문학을 배우며 한국시의 함축성 있는 매력에 푹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한국행을 통해 소중히 간직할 것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충북도민 여러분께 뜨거운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강 부장 “이제 이곳을 떠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무척 아쉽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 생애 가장 많은 시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 준 충북도와 동양일보에게 감사드립니다.”

 

▷리 부국장 “매일 아름다운 시를 듣고 충북의 수려한 강산을 돌아보니 마음이 깨끗해진 느낌입니다. 이곳에 와서 배운 것을 잊지 않고 돌아가 문화 창달을 위해 힘써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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