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관심을 갖고 돌아보면 생활 반경 안에 이미 많은 도서관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에서, 교회에서, 아파트에서 이웃끼리 책을 돌려보며 시작된 작은도서관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지역 문화공동체를 형성해 가고 있다.
매주 화요일마다 청주의 작은도서관을 탐방하고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똑똑! 작은도서관을 연재한다. 작은도서관 탐방은 지난 2월 청주시립도서관이 선정한 모범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우리 동네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은 작은도서관 홈페이지(http://www.smalllibrary.org)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편집자>
 
담벼락에 그려진 구식 로봇의 표정이 지구라도 지킬 듯 자못 비장하다
. 정감 어린 통나무집의 문을 열면 또르르 이야기들이 굴러나올 듯 하다.

초롱이네 도서관(관장 오혜자·이하 초롱이네)’을 찾아가려면 눈에 힘을 줘야 한다. 청주 용암동 원봉초 뒤편 주택가 사이에 위치해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 그러나 이곳은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작지만 큰 도서관이다.

1990
년대 말, 평소 책에 관심이 많던 오혜자 관장은 어린이책사랑모임활동을 하기도 하고, 청주 인표어린이도서관에서 자원 봉사도 했다.
 
에스콰이아그룹이 운영했던 인표어린이도서관은 상주 인력이 없었고 대출도 할 수 없었지만 아이들을 배려한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이 돋보이는, 주변에서 보기 드문 어린이도서관이었다. 오 관장은 이곳에서 작은도서관 설립에 대한 꿈을 꿨고 곧 막연한 구상을 구체화시켰다.
 
작은도서관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19991, 자신의 집 거실을 개방해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 아이의 이름을 따 초롱이네 도서관이라 이름도 붙였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앞서 간 발상이었다. 그 뒤 초롱이네는 용암동으로 옮겨 자리를 잡았고, 14년이 된 지금, 작은도서관의 성공모델이 됐다.

단지
의지만 있었다면 14년간 도서관을 운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전무하다시피했고, 일부 후원자들의 후원금이 운영비의 대부분이었다. 현재의 후원회원 100여명을 달성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초롱이네를 꾸려나간 것은
동네 엄마들의 힘이었다. 알음알음 도서관을 찾아 책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던 엄마들은 차츰 소모임을 만들었고 곧 그 소모임의 대표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도서관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현재 초롱이네에는 그림책과 놀아요’, ‘그림책미술관을꿈꾸는공부모임’, ‘찾아가는 이야기 선생님등의 소모임이 구성돼 운영 중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청주지회도 초롱이네 엄마들의 모임으로 시작된 단체였다.

이들 모임들과 몇몇 작은도서관
·소모임들이 함께 열어가는 가을동화잔치는 올해로 14회를 맞았다. 지난 1019일 청주 상당공원에서 행사가 치러졌다. 참가자들은 동화 속 등장인물로 꾸며 행렬에 동참했고, 이야기 속에서 튀어나온 도깨비와 씨름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엄마들과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책과 노는 곳이 되었다.

요즘에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도서관에 오는 것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 그래서 되도록 평일 저녁이나 방학을 이용해 행사를 연다. ‘작은 극장의 경우 저녁을 먹고 해가 넘어갈 시간이 되어서야 시작한다.

지난 6월 도서관에서 그림자극을 공연했을 때는 180여명이 모여 어깨를 부딪혀 가며 관람하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하룻밤 보내기가 진행되는 날이면 책과 함께 하룻밤 자고 갈 수도 있다. 여름이면 손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겨울에는 뜨거운 군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다.
초롱이네의 책은 누구나빌려 볼 수 있다. ‘청주시민등의 단서도 붙지 않는다. 이다지도 조건 없이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보니 책이 분실되거나 파손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만 오 관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대출기한은 형식적으로 일주일(연장할 경우 이주일)로 정해져 있지만 한, 두 달 후에 책을 돌려받아도 괜찮단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지구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작은도서관이란?
작은도서관이란 시설면적 33이상, 열람석이 6석 이상 되는 곳으로 1000권 이상의 자료를 구비한 지식정보와 독서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생활밀착형 도서관을 말한다. 청주시내에는 201310월 현재 92곳의 작은도서관이 등록돼 있다. 이중 9곳이 공립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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