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품고 돌아오네 : 리홍규 수필가·흑룡강, 조선어방송국부국장

중국동포문인들이 본 ‘2013 충북 순회문학제’ (1)
‘2013 충청북도 순회문학제-명사들의 애송시 낭송회’가 10월 10일부터 18일까지 도내 11개 시·군에서 열렸다. 동양일보는 매년 이 행사를 열며 중국에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 하고 있는 중국 동포 문인들을 초청하고 있다. 올해 이 행사에 참가한 동포문인이 한국방문 소감을 보내왔다. △리홍규 시인·흑룡강조선어방송국 부국장 △강정숙 수필가·연변인민출판사 문예부 부부장 △박문봉 시인·북경중앙민족출판사 조선문 편집실 실장 △리임원 시인·연변문화예술연구소장 △리은주 조선족 문학지 ‘장백산’ 편집기자 순으로 싣는다. <편집자>

 



하늘을 품고 돌아오네 : 리홍규 수필가

충청북도순회문학제를 마감하고 나는 그다음날로 예정된 제주도행을 포기하고 중국에서 온 일행들과 헤어져 홀로 서울을 거쳐 귀국하려 했는데 난데없는 하얼빈 스모그날씨때문에 비행기가 뜨지못해 결국은 23일에야 귀국하다보니 한국에서 20여일 넘게 체류해야 했다.

직장생활 30년에 가장 긴 해외출장이요 여행이었던것 같다. 몸은 다소 고달팠지만 마음은 내내 즐거웠고 가슴 또한 시에 젖어 충일했던 정신적 여행이 아닐수 없었다.

귀국해서 그동안 밀렸던 일을 처리하다보니 오늘에야 이번 한국행에 카메라로 담아온 사진들을 하나하나 펼쳐보았다.

전에도 고국에 적잖게 다녀왔지만 이번처럼 많은 고장 다녀보고 많은 사람 만난적이 없었다.

충북도뿐만 아닌 대한민국에 시낭송을 매개로 고품격의 새로운 문화를 열어가며 열심히 뛰고있는 동양일보의 임직원들과 한반도 여러 고장에서 모여온 시낭송가들 그리고 저마다의 가다듬은 목소리로 시를 읊던 지역의 명사들… 하나같이 시의 언어로 이 세상과 대화하는 모습이 아니었던가.

그때 처음으로 시인으로서의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더우기 힘든 세상 살아오면서 정신과 영혼의 위안이 되었던 시에 감사한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시를 쓰고 시를 낭송하고 시낭송을 경청한다는 것은 결코 낭만을 찾거나 가슴속의 응어리를 푸는 일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것은 어쩌면 고상한 삶과 풍요로운 정신과 영혼을 위한 인생의 어떤 자세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달전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때 잠시나마 발아래 저 혼탁한 천지를 떠나게 돼 참으로 홀가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속리산을 오르면서도 나는 또 내가 모르는 그 누군가도 산을 오르면서 나와 똑같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스님이 아닌 속인들인 우리들이 마냥 심산속 절에 살수 없듯이 우리는 세상이 어지럽다고 세상을 마냥 떠나 살수 없다.

하늘에 오른 비행기는 대지에 착륙할수밖에 없고 산에 오르는 중생 또한 하산하지 않을수 없지않은가. 일상을 떠난 그 시간에 우리는 잠시나마 마음을 비우게 되고 자신을 뒤돌아보기도 하면서 가슴은 또다시 내일의 희망에 부푸는 것이리라.

그렇게 속리산(俗離山)에 올라갔다가 시 한수 지었다.

 

속리/ 속리/ 속세를 떠나네/ 하늘을 이고/ 산에 오르네//

도란/ 도란/ 물이 흐르네/ 구름을 안고/ 벽계수 흐르네//

훠이/ 훠이/ 몸은 어느덧/ 구름 휘감아/ 산길 톺는데//

찰랑/ 찰랑/ 맘은 벌써/ 하늘을 품고/ 산을 내려가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