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문화명물’을 중국서도 가져 봤으면 : 박문봉 시인



30여년 전 대학시절에 나는 ‘청년시인’이라는 이름으로 기성 시인들과 함께 청중들 앞에서 시를 낭송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시낭송은 시를 쓰는 시인들만의 특권인 줄로 알았다. 시를 쓰는 시인만이 청중들 앞에서 떳떳하게 시를 낭송할 자격이 있다고 여겼었다.

그후로 나는 한번도 청중들 앞에서 하는 시낭송을 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이번에 나는 동양일보의 배려로 운 좋게도 보름동안 ‘충청북도 순회 문학제’에 참가하여 ‘명사들의 애송시 낭송대회’를 목격하고서야 시낭송은 시를 쓰는 시인들만이 아닌, 시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향유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시를 전문으로 쓰는 시인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를 전문적으로 낭송하는 ‘낭송가’들도 있다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게 되었다. 아직 내가 살고 있는 중국에서는 생소한 것 이었다.

이번에 나는 또 아름다운 ‘시낭송’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대중들과 함께 할 때 더욱 빛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집들 속에 고이 숨어 잠자던 아름다운 시들이 낭송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청중들과 만날 때 그 문학적가치가 얼마나 빛을 발산하고 있는 가를 직접 체험하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순간들이였다.

동양일보 조철호 회장님의 말씀대로 정말로 돈을 팔고서도 마음대로 향유할 수 없는 순간, 순간이었다.

이번 순회문학제에서 내가 가장 큰 감동을 받은 것은, 그리고 사색을 많이 불러일으킨 것은 많은 사람들로 부터 멀어져 있는 시와 같은 고급문학도 낭송이란 매개물을 통해 ‘대중문화’로 거듭 나 각계각층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동양일보의 기획과 인솔하에 충북도내의 지역 시인들과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경찰서장 등도, 시, 군의 각 기관의 기관장들과 그리고 시낭송가들이 함께 ‘명사들의 애송시 낭송회’라는 ‘문화명물’을 14년째 키워오고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 짧지 않은 세월, 쉽지 않은 일에 참으로 감격을 받았고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관계가 없더라도 이런 ‘문화명물’만들기에 함께 참여를 하고, 참여를 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소행인가를 가슴깊이 새기게 되었다.

고국인들의 높은 문화의식, 시민의식을 다시 한 번 감지하면서 진정으로 큰 감명을 받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낭송과 같은, 이런 ‘문화명물’을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중국 동포들 속에서도 자리를 잡게 하여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우리 문화의 소중한 얼을 더욱 잘, 더욱 오래 지켜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고 또 가져보았다. 이 같은 감명을 갖도록 배려해 주심 동양일보와 충청북도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올린다.

한국의 가을기운을 안고 왔는데 북경은 겨울이 시작됐다. 붉은 단풍이 날리는 한국의 거리를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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