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규 충청대 총장

40여년 교육계에 몸담으며 누구보다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행정을 펼쳐 학생과 대학 구성원으로부터 존경받는 총장이 있다.
유선규(66·☏043-230-2001) 충청대 총장은 대학이 법인 문제 등으로 임시이사 체제로 전환되며 위기에 처했을 당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방수로 추대돼 전국 임시이사 체제 대학 가운데 최단기간에 정상화를 이뤘다.
학교법인 충청학원은 전 이사장의 비리로 수익용기본재산이 은행으로 넘어가면서 2010년 6월 이사승인이 취소됨과 동시에 임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대학이 위기를 겪는 와중 정종택 전 총장이 이듬해 1월 “이사장 사건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대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대학 측은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유 총장을 대학 법인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로 생각했지만 ‘자유인’이고 싶어하는 유 총장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교육부와 부산외대 총장 등 45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정말 자유로운 내 삶을 살고 싶었지만 현 이사장님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학교와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에 부족하지만 힘을 보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개월에 걸친 대학 측의 설득 끝에 2011년 5월 1일 충청대 총장으로 부임한 유 총장은 정상화를 위해 대학 ‘운영’이 아닌 ‘경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을 강행, 전임교수의 절반 이상이 보직이었던 대학 구조에서 20여명의 보직을 없애고 대학 기구도 최소한으로 축소했다.
“대학에 오자마자 첫 번째 일이었지요. 몇 달 생활하다보면 교수들과 친분이 쌓이고, 그러면 ‘인정’ 때문에 냉철한 판단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부임 즉시 강행했습니다. 우선 총장실 직속 부서를 없애면서 다른 구성원들이 이해하길 바랬습니다.”
대학 정상화를 위한 자기희생은 구조조정뿐만이 아니다.
대학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찾고, 머물고 싶어 해야 하는 곳’이라는 마인드로 학생 복지 향상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법인 문제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겨 대학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생활관, 강의동, 학생회관 등의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체육시설을 확충하며 학생들을 위한 행정을 펼쳤다.
대학의 많은 시설을 개선하면서 유일하게 손대지 않은 곳이 대학본부, 총장실이다.
유 총장은 “구성원들에게도 늘 말하는 것이 대학은 학생을 위해, 또 학생들로 인해 존재한다. 그 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며 “외부 손님들이 만약 총장실을 찾아 시설이 낙후해 인상을 찌푸린다면 내가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생활여건 개선 뿐 아니라 재정이 어려운 와중에도 교직원들의 사기 증진이 대학 분위기를 살린다는 생각에 올해는 공무원 보수 인상율 만큼 교직원들의 급여를 인상시켜줬다.
총장 부임 당시 희망을 찾기 힘들던 대학에서 그는 이같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몇 가지 기적을 일궈낼 수 있었다.
우선 임시이사 체제 이후 가장 단시일(3년)에 정상화를 이뤘고, 법인 문제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대학 발전을 이루며 올해 도내 대학 가운데 학생 수 대비 가장 많은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을 받게 됐다.
‘교육은 명품, 인성은 일품’이란 교육목표를 갖고 대학을 경영해 온 유 총장은 그의 성과만큼 학생과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는 총장이 됐다.
지난 1967년 2월 청주상고를 졸업하면서 고향(괴산군 장연면)을 떠난 유 총장은 교육부에서 장관 비서실장, 충북도부교육감, 교육인적자원부 공보관, 경기도부교육감,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장 등을 역임,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1급까지 승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퇴직 후 부산외대 총장으로 대학 경영의 경험을 쌓고 그의 공직생활 모든 노하우를 지금 충청대에 쏟고 있다.
“부산외대를 끝으로 자유인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기왕 시작한 것 확실하게 매듭짓자는 다짐으로 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욕심을 버려야 행복하고 박수칠 때 떠나야 아름답다는데 남은 임기 1년 6개월 더욱 노력해서 박수 받는 행복한 자유인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가족으로는 부인 오선옥(65)씨와 1남 1녀.
▶글/오상우·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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