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시비가 세워졌을 풀꽃의 시인 나태주씨의 첫 시집 대숲아래서개정판이 나왔다. 1971서울신문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한 그가 지난 1973년 등단 3년 만에 낸 첫 시집이다.
이라는 관형사는 어디에 가서 닿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나 시인에게 첫 시집 대숲아래서도 물론 그러하다. 40년이 지나도 드문드문 그립고 눈에 밟히는 첫 사랑이다.
그동안 이 시집은 네 차례에 걸쳐 판을 거듭해 책으로 나왔다. 두 번째 판은 대숲 아래서에 실린 시편에 두 번째 시집인 누님의 가을에서 일부 시를 추려내 4,5부로 삼았고, 세 번째는 우리 젊은 날의 사랑아라는 제목 아래 대숲 아래서누님의 가을을 합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네 번째는 손바닥 크기의 소형 책자 형식으로. 그의 판화 작품을 삽화 형식으로 끼워 넣었다. 이번 다섯 번째 개정판은 첫 시집의 원형을 가능한 한 그대로 살렸다.
나 시인은 “1970년대 초, 박목월 선생은 한국시인협회 회장의 일을 맡고 계셨는데 시인협회에서는 시인들의 시집을 시리즈로 내주고 있었다나도 시집을 내고 싶어 박목월 선생께 시집 출간의 일을 상의드렸더니 시집 시리즈는 이미 계획이 나 있어 안 되고 대신 시집의 서문을 써주마 하셨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실리게 된 박목월 시인의 서문은 40년의 세월을 넘어 네 번의 개정을 거친 이번 개정판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박목월 시인은 서문을 통해 그는 신춘문예 당선시인 중에서도 한 시대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과 사명을 띠고 등장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시인이라며 나군은 한국의 전통적인 서정시를 계승하여 오늘의 것으로 빚어놓는 희귀한 시인이라고 평했다.
첫 시집을 내기 위해 나 시인은 전봉건 현대시학 주간을 찾기도 했다. 국판과 종서체제로 중질지를 사용해 500부 한정판 시집을 찍기로 계약하고 아버지에게 쌀 열 마가니 값인 16만원을 빌려 출판비를 댄다. 그런데 마음이 변한 그는 종이를 백색모조지로 바꾸고 부수도 700부로 바꾼다. 계약 위반이었다. 그러나 전 주간은 이러한 그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
나 시인은 이렇게 박목월 선생과 전봉건 선생의 은혜를 입어서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첫 시집은 그런대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나 시인의 표현에 따르면 두고두고 효도하는 아들 같 은 시집이 되었다.
나 시인은 올해는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온 지 마흔 돌이 되는 해이다. 모든 책이 절판되었고, 그래서 나름 40년을 기념하여 다시 한 번 이 시집을 책으로 만들려고 한다잊을 수 없는 시집이고 또 내 시의 원점이 되는 책이므로 늘 마음이 여기에 가 있곤 했다고 말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풀꽃‘)’는 단 3행의 시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나 시인. 그의 초창기 시상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시집에서도 그의 서정성은 고스란히 빛을 발한다.
나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 출생으로 43년간 초등학교 교직생활을 하다 2007년 공주 장기초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시인들 나라33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충남문인협회장, 충남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문화원장으로 있다.
도서출판 지혜, 1만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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