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언제부터인가 청주는 ‘교육도시’로 불려 왔었다. 그것이 어떤 계기로 ‘지정’되거나 한 게 아니어서 딱히 연원을 따질 수는 없지만, 1960년대 이후 청주가 교육여건이 좋은 도시로 알려지면서 도시 브랜드로 굳어진 듯하다.
그 내력은 주로 인구에 비해 학생과 학교 수가 많다는 데 있었던 것 같다. 인구가 10만도 안 되는 도시에 충북대‧청주대‧청주여사대‧청주교대‧간호전문대 등 대학이 5개나 있었고, 대성‧운호 등 규모가 큰 사학들과 세광‧일신 등 미션 스쿨들까지 있어, 도시규모에 비해 학교나 학생비율이 높았던 것이다.
그 내력을 더 오랜 역사기록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청주시청 홈페이지는 시내 용두사지 당간지주의 명문을 가장 오랜 연원으로 든다. 고려 유적인 그 판에 새겨진 ‘학원경’과 ‘학원낭중’이라는 관직명이, 신라에서 고려로 이어지는 최고 교육기관의 존재를 보여주는 근거라는 것이다.
조선 선조 때의 청주목사 이율곡이 만든 ‘서원향약’역시, 당시 지역민 교화의 기풍을 알려주는 근거로 교육사적 의미가 있고, 청주향교가 삼남제일의 향교였다는 점 또한 관련된 전통으로 일컬어진다. 청주가 송시열 등 기호학파의 중심지였다거나, 세계최고(最古)의 현존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존재도 근거라면 근거다. 청주가 ‘인쇄의 메카’였음도 교육관련 문화유산이 될 만해서다.
그러한 ‘교육도시 청주’의 이미지가 요즘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이제는 학교나 학생 수만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명문학교 존재 하나만으로 도시 브랜드가 된 예도 있다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 그런 명성을 얻으려면 교육과 관련된 새로운 조건들을 더 많이 갖춰야 한다.
이러한 때, 우리 청주와 충북에 그 명성을 재건할 호기가 다가오고 있다. 올 연말까지 교육부가 인근 세종시로 옮겨오고, 진천 음성지역에 건설 중인 ‘중부신도시’에는 교육개발원과 교육과정평가원 등 교육관련 공공기관들이 대거 옮겨오게 된다. 이는 중부권이 ‘대한민국 교육행정의 중심’이 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새로운 교육모델과 교육산업이 더해지면 명실 공히 ‘대한민국 교육 중심’이 되는 데 손색이 없어진다.
그러기 위해 먼저 교육감이 앞장서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공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는 이때, 새로운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한 교육모델의 창출은 꽤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거기에 교육산업까지 겸비되면 금상첨화가 되리라. 교육산업은 각종 콘텐츠 등의 소프트웨어로부터 기자재와 설비 등 하드웨어에 이르기까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이다. 교육산업의 잠재력이 이렇게 무한함에도 우리나라에 교육산업공단이 없다는 점 또한 우리에겐 기회요인이다. 교육산업은 태양열이나 화장품 같은 업종들보다는 지역 전통과 특성에도 훨씬 부합된다.
이제 내년 6월4일의 교육감 선거는 케케묵은 ‘보-혁’대결의 양상을 떠나, 이처럼 지역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겨루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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