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5000여권 중 상당수가 신간으로 구성 “융통성 있는 규정 덕에 방문객 북적북적”


최근 성인 연간 독서율이 공개돼 국민들에게 놀라움을 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이 지난 1년 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은 자투리 시간을 하나로 잇기에 가장 효과적인 매체다.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동네 작은도서관은 “시간이 없어 책을 못 읽는다”는 변명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은 5분짜리, 10분짜리, 쓰다 남은 시간의 작은 조각들을 깁게 한다.
상당산성, 국립청주박물관, 청주랜드, 명암타워 … 그리고 이곳. 청주 산성 작은도서관은 용담명암산성동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공간이다.
청주 용담명암산성동주민센터(동장 김인석) 2층에 자리 잡은 이곳은 지난해 1월 개관했다. 이전까지 1층에 위치해 있던 열람실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이 높자, 김인석 동장이 전망 좋은 2층 동장실을 선뜻 내줘 탄생하게 됐다.
도서관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주중에 책을 빌리기 어려운 직장인을 배려해 토요일도 오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개방한다. 평일에는 장애인 행정도우미인 정미자(청각장애 6급)씨가 대출·반납 등의 업무를 맡고, 토요일에는 퇴직공직자인 주영관씨와 대학생인 성현희씨가 격주로 돌아가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는 전문 순회사서가 매주 1회 파견을 나와 자료선정, 도서정리, DB구축 등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순회사서는 청주시립도서관이 행복한도서관 재단의 ‘2013년 작은도서관 순회 사서지원 공모 사업’에 선정되며 시행된 것으로 현재 공립 작은도서관인 산성 작은도서관과 봉명작은도서관(봉명1동주민센터), 청남어린이도서관(영운동), 맹꽁이도서관(성화동 맹꽁이생태관) 등 네 곳에 지원되고 있다.
산성 작은도서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장서(5000여권)의 상당수가 신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시립도서관에 예약을 걸어 놓고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책들도 이곳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올해도 충북도와 청주시로부터 15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700여권의 새 책을 구입했다.
기증도서는 20% 정도로 추산된다. 기증은 대부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공짜로 좋은 책을 빌려봐 고맙다며 새 책을 사서 기증하는 이들도 있고, 이민을 가게 됐다는 동네 주민이 그동안 모은 300여권의 책을 통째로 기증하기도 했다.
행정민원담당 풍연숙 계장은 “요즘에는 시민 의식이 많이 높아진 것 같아 아주 낡은 책은 추려서 기증하는 것 같다”며 “어떤 분이 출판사를 운영하다 접었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까지 한걸음에 달려가 트럭에 책을 싣고 온 적도 있다”고 밝혔다.
개관 첫 해에는 독서모임 등 여러 가지 동아리가 운영되고 주민의 재능 기부로 수학 교실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일체 프로그램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풍 계장은 “무료로 운영하니 실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모집 자체가 잘 되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방안을 모색해 프로그램을 다시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여기간은 일주일(1회 연장 가능). 그러나 하루, 이틀쯤 책 반납이 늦어지는 것은 서로 웃으며 넘긴다. 꼭 보고 싶은 책이 있다고 신청하는 주민에게는 책이 입고되는 즉시 전화해 알려주기도 한다. 한꺼번에 많은 책이 들어왔을 때 정리 작업을 같이 하자고 나서는 이도, 명절에 인력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요청하는 이도 있다.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동네 책 대여점의 분위기를 닮았다. 정미자씨는 말한다.
“공공 도서관에서는 날짜를 하루라도 어기면 대출이 정지되잖아요. 책을 빌리기 위해서는 다음에 다시 가야 하니 너무 불편하고 야박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규정에 다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동네 작은도서관의 장점 아닐까요?”
<글·사진/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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