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시인, 17번째 시집 출간

책을 펴면 온통 꽃밭.
상사화, 찔레꽃, 유채꽃, 목백일홍이 모두 한 자리에 있다.
충북 청원 출신 홍해리(72·사진·본명 홍봉의) 시인이 최근 17번째 시집 ‘금강초롱’을 발간했다. ‘꽃시집’이라는 타이틀답게 책은 꽃을 소재로 한 101편의 시들로 가득 차 있다. 시 한 편을 읽을 때마다 향기로운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1969년 시집 ‘투망도’를 내며 등단한지 올해로 45년 된 노(老)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그 젊은 상상력의 돌진을 멈추지 않는다.
더덕꽃은 시댁 등쌀에 눈, 귀가 멀고(시 ‘더덕꽃’), 고추꽃은 남 몰래 밀애를 한다(시 ‘고추꽃을 보며’). 소복한 하얀꽃이 마치 흰쌀밥처럼 보이는 이팝나무를 묘사한 시 ‘이팝나무’에는 흥부네 가족들을 등장시킨다. ‘흥부네 자식들이 이밥 한 그릇 앞에 하고 비잉 둘러앉아 있다’는 유쾌한 상상력에 씨익 웃음이 지어진다.
가장 애착이 가는 시를 묻는 우문에 시인은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 다 사랑스러운 내 새끼들”이라 현답을 한다.
“사람들에게 좋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 것은 표제작인 ‘금강초롱’”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번 시집에도 역시 평론을 싣지 않았다. 시에 대한 해석을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기고자 하는 시인의 바람. 달큼한 꽃내음에 어질어질 취할 즈음에야 시를 통해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홍 시인은 1964년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독종’ 등 16권의 시집, ‘시인이여 詩人이여’ 등 3권의 시선집을 펴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우리시진흥회 이사장, 도서출판 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움, 168쪽, 1만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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