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활동 기록한 ‘표지석’ 제작…친일재산환수법 개정 등 활동 계속”
“시민들의 힘이 예상을 깬 결과를 만들어 낸 원동력입니다.”
‘친일파 민영은 후손의 토지소송에 대한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인 김성진 사무국장은 “모든 것은 시민들의 힘”이라며 소송 승리의 공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지난 11월 5일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이영욱 부장판사)는 친일파 민영은 후손의 ‘땅찾기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인 청주시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06년 설립된 친일반민족행위 재산조사위원회 결정을 뒤집는 첫 판결로, 유사한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역사적인’ 판결이다.
사실 시민대책위도 항소심 승소는 예상하지 못했다. 문제의 땅이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환수대상이 아니었고, 1심 패소 등으로 지역법조계의 예상도 청주시의 패소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선고 전날에도 ‘잘돼야 일부승소다. 패소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상고심까지 갈 거니까 몇 년이 되던 끊임없이 활동하자’ 했습니다. 낙관할 수 없는 결과에 참담했죠.”
3월 22일 첫 모임 이후 8달 만의 쾌거다. 1심 패소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대책위’를 꾸랴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4월 9일 시작된 서명(1차)은 6월 29일까지 계속됐다. 올 여름더위는 서명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서명운동 장소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이 방송 등으로 생업에 지장을 받아 반발이 있을 것으로 걱정했지만, 오히려 음료수를 사주시는 등 응원해주시는 모습에 더욱 힘을 냈습니다.”
이들은 1차 1만9020명, 2차 3816명의 시민 지지서명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민영은의 생존 막내딸 민정숙씨의 아들들이 기자회견과 피켓시위로 나선 것도 큰 도움이었다.
반대로 친일 찬반논란이 있는 것에는 놀랐다. “의외로 일부 시민들은 ‘예전에 친일 안 한 사람 어딨냐’고 따지거나, 반정부 활동이라 오해해 ‘종북좌파’ 소리를 들을 때도 있어 힘들었습니다.”
재판 승소 뒤에도 후손들의 상고포기 소식이 들려오기까지는 ‘조마조마’했다. 11월 20일 조선총독부 학무국장까지 역임했던 친일파 이진호의 후손에 대한 재판에서 ‘친일 대가로 땅을 얻었다는 사실을 국가가 입증해야 한다’며 국가 귀속 토지를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
재판은 끝났지만 시민대책위가 할 일은 남아있다.
일단 시민들의 힘으로 친일파 재산 환수를 막아낸 일련의 활동들을 기록한 표지석을 만들 계획이다. 청주시도 법률·예산부분을 검토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후손들에게 거울로 보여줄 수 있는 표지석을 제작하자고 청주시에 제안했습니다. 17일 오전 실무담당자 면담을 갖고 이 부분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또 이번 소송에서 불거진 친일재산환수법의 흠결이나 부족한 부분을 개정하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지역문제에 관심 있는 변호사를 중심으로 빠르면 올해 안에 조직이 완비돼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일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이 문제를 신경 써 줄 수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이도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