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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연의 품에 슬쩍 기대어보다
시...자연의 품에 슬쩍 기대어보다
  • 조아라
  • 승인 2014.01.20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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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시인들이 오랜 기다림을 깨고 각각 시집을 냈다. 신영순 시인의 푸른도서관과 김태원 시인의 산철쭉 꽃잎에 귀를 대다두 권을 만나보자.

 
푸른도서관
 
산비탈 배추밭
푸른 도서관
 
애벌레가 첫 대출자
읽은 페이지마다 또렷한 점. . .
 
산그늘이 오래 인쇄한
삐뚜름한 길이 보이고
폭우가 다녀간 하늘도
낱장으로 묶어졌다
(푸른도서관중에서)
 
자연은 시인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이다.
신영순 시인 역시 그렇다. 그가 자연을 시어로 빚어낸 시집 푸른 도서관을 펴냈다. 두 번째 시집 달을 품다를 발간한 지 6년 만이다. 자연 만물에 인간의 삶을 살며시 포갠 60여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담겼다.
신 시인은 이전의 시집과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새로운 이미지나 새로운 발상은 이전 시집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간의 삶이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지 오래. ‘인위적으로자연을 접할 수밖에 없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신 시인은 시를 통해 그 생생한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환기시킨다.
푸른도서관은 산비탈에 있는 배추밭을 도서관에 빗댄 작품. 책장(배춧잎)에 자신의 자취를 남기고 달아나는 애벌레, 산그늘이 찍어낸 길, 책을 가득 메운 되새떼 울음이 눈 앞에 그려지듯 묘사된다.
시인의 추억 속에서 길어 올린 자연에 대한 기억 사이, 자신의 과거도 살며시 스며있다. 여고시절 자취를 하던 그의 집에 들러 감자조림이며 콩자반 등 반찬을 가득 풀어 놓고 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은 시 목련 1’에서 보인다. ‘연탄 애끼지 말고 따슨밥 머꼬 댕기라던 어머니의 글씨에서 따슨목련 꽃송이들이 피어오른다. ‘난초로 말씀하시다는 난초꽃을 덧붙여 말씀하곤 하던 아버지의 독특한 화법을 소재로 한다. 아버지와 딸 사이에는 40여년 간 난초꽃이 몇 번이나 피었다 지고 딸은 이제서야 그 사랑을 안다.
황정산 문학평론가(대전대 교수)이 한 권의 시집으로 신영순 시인의 기억 속에 더 나아가 우리의 기억 속에 자연이 잊혀지지 않는 구체성으로 단단히 새겨질 수 있기를 바란다그 생생한 구체성으로 오늘도 우리는 자본주의적 추상성과 권태를 견디며 살아간다고 평했다.
신 시인은 충북 청원 출생으로 포스트모던 한국문학예술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늦은 안부’, ‘달을 품다등을 발간했으며 6회 청주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청주문협, 뒷목문학회, 여백문학회 회원이며 시동인 새와나무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 출판 지혜, 111, 8000.
 

산철쭉 꽃잎에 귀를 대다
귀가 떨어져나가거나 반으로 깨어져 금이 간 저들도
여름 바닷가 조약돌처럼 어느 마음 착한 소녀의 눈에 들어
그녀의 수줍은 화분 위나 작은 어항 속에서 사랑받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이제 비 그치면 공원 바닥은 새 블록으로 말끔히 단장될 것이다
늙은 문어처럼 낡고 해진 빨판을 땅에 박고
흙탕 먹물을 쏘아대며 버팅기던 원래의 주인들은
구제역으로 쓰러진 소들처럼 실려가 무더기로 폐기될 것이다.
(보도블록중에서)
 
김태원 시인이 첫 시집 무심강변에서의 일박을 펴낸 지 7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산철쭉 꽃잎에 귀를 대다를 발간했다.
김 시인은 첫 시집을 내고 심한 몸살을 앓았다. 펜을 놓을까도 생각했지만 더더욱 포기할 수는 없었다한때, 매미의 눈부신 짧은 삶을 환호하며 내심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시 쓰기에서만큼은 함부로 쉽게 타협하거나 우화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한다고 밝혔다.
7년 간 써 온 시 중 60여편을 가려 묶은 이번 시집에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짙은 애정이 묻어난다. 그의 시선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가 닿는다.
달팽이는 장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사는 이순의 노부를 달팽이에 비유한 시. 푸르렀을 한때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던 그는 이제 늙고 보잘것없어졌지만 그 느린 걸음으로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나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개죽음은 로드킬(주행 중 동물에 대해 발생하는 차량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보도블록은 낡고 오래돼 쉽게 무시 받고 폐기당하는 존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허수아비는 스스로 눕지 않는다1인 시위를 하는 노동자를 허수아비에 빗댄 작품. 결국 노동자의 삶은 무너지고 시인은 고통에조차 무뎌진 메마른 그의 마음을 시에 담아낸다.
정신재 문학평론가(시인)김태원은 존재가 가진 생명성을 탈경계적 시선으로 보는 편이다. 이러한 시선은 약자와 소외된 자에게도 인간다워질 권리가 있다는 김태원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김태원은 노동자들과 고통을 함께 하는 대변인이며 현실의 왜곡을 진실로 추스르는 전사라고 평했다.
김 시인은 충북 보은 출생으로 1999년 전국 근로자문화예술대상 시 부문 금상을 수상했으며 2000충북작가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 회원, 재능시() 충북지회, 글동네2002 문우회 및 무시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고두미, 158,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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