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국민참여재판 이대로 좋은가?'

 진보 성향의 법학자 박홍규 영남대 교양학부 교수가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한계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을 냈다.

    '국민참여재판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이 책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도입돼 시범 시행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이 여러 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심제 형태를 띤 국민참여재판은 애초 전관예우, 무전유죄·유전무죄 등으로 대변되는 재판 불신을 없애고 국민의 상식·의견을 직접 재판에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제도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 건수는 전체 1심 형사재판의 0.1%에 지나지 않아 국민참여라는 말이 무색하다"며 "배심원의 평결이 바로 선고 판결인 미국과 달리 국민참여재판에서 시민 배심원의 평결은 권고 의견일 따름이고 판결은 전적으로 판사가 내린다"는 한계를 짚었다.

    또 재판 결과에 대해 검사만이 항소할 수 있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의 종복인 검사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배심제가 가진 원리와 기능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야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제도도 온전한 민주재판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아울러 한국 사법 제도의 독재성도 꼬집는다.

    박 교수는 "검찰관이나 법관의 경우, 자신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으니 너무나 현명하고 정직하며 아무런 문제점도 없다는 지극히 잘못된 신비주의적 믿음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한 번 합격하면 평생 명예와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그래서 온 국민의 추앙을 받는 분위기가 독재재판의 신비주의를 형성하고, 독재재판이 낳는 엄청난 결과를 호도해왔다"고 말한다.

    저자는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전공인 노동법 외에 헌법과 사법 개혁에 관한 책도 꾸준히 펴내는 등 사회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알마. 112쪽. 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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