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천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장 김기원
모름지기 부부란 성을 달리하는 남녀가 사랑이란 매개체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자 하는 사이라고들 한다. 분명 다른 환경에서 수십년을 독자적으로 살다가 결혼으로 하여 한 울타리를 둘러치고 살아가기 위해서 우선되어야 할 것이 바로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이리라. 이런 부부처럼 실과 바늘이 되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조직 중에 내가 몸담고 있는 소방과 보조 단체인 의용소방대가 자리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희생과 봉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유명사가 다름 아닌 119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도 화재에 대한 경각심은 있었으나 화재를 전담했던 행정조직은 없었고 주로 군사들과 일반 백성들이 지역적 단위로 불을 끄는 소방 활동 단계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또한 이전 시대와 비교해 크게 발전되지 못했으나, 문헌상에는 실화자에 대한 처벌과 화재를 감시하고 종사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그랬던 것이 조선 세종 때 이르러서야 최초의 소방기관 금화도감이 설치되어 체계적인 소방업무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소방조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단체로 의용소방대가 있는데, 이는 순수한 민간조직으로, 많이 부족한 소방력을 보조하는 의용봉공 단체다. 우리 소방공무원과는 달리 평상시에는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다가 화재 등 각종 재난발생이 발생하면 비상 소집되어 현장에 출동하여 재난업무를 보조하는 것이다. 이런 의용소방대의 역사는 깊다. 일제강점기에 창설되기 시작한 것으로, 진천군의 경우 광혜원면 의용소방대는 1915년에 발대되어 그 역사가 100년을 맞이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희생과 봉사정신만으로 활동하는 저들의 모습에서 따뜻한 삶의 향기가 베어난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안전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에서 소방과 의용소방대야말로 그 중심에 서 있다. 뜬 눈으로 처마 밑에 내걸려 잠들지 않는 사찰의 풍경처럼 24시간 지역 주민의 안전을 염원하는 구도자의 길을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가고 있는 것이다. 의용소방대원의 경우 그 수가 소방공무원에 비해 월등히 많아 소방당국에서 추진하는 여러 시책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가 ‘소ㆍ소ㆍ심’ 습득 캠페인 동참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ㆍ소ㆍ심이란 소화기와 소화전 사용법, 심폐소생술을 익히자는 것으로, 화재 시 소화기와 소화전을 이용한 초기진화, 심정지 환자 발생 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 귀중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더불어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시대에 걸 맞는 소방정책 일환으로 ‘의용소방대원 1인 1독거노인 자매결연’ 추진이다. 관내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시책은 월 1회 이상 방문하여 청소, 목욕 등 각종 생활봉사를 펼치는 것이다. 진천소방서 관내에는 12개 의용소방대에 370명의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각 읍ㆍ면 의용소방대별 수혜자를 선정하여 1:1 돌봄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세상에서 어버이의 사랑이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것은 바로 무한 희생을 모티브로 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조건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하나 만으로 자신들의 모든 걸 희생하는 이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처럼 우리 소방과 의용소방대원들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지금껏 이어왔던 아름다운 동행을 언제까지나 지켜 나가길 소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