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위 중 충청도 출신 51명·순교 18명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 결정을 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는 충청도 출신 순교자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교황청 바티칸 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천주교회가 요청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을 결정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시복식을 통해 뛰어난 덕행이나 순교로 신자들의 존경을 받아온 ‘하느님의 종’들에게 ‘복자’라는 칭호를 내리게 된다.

이 중 51명이 충청도 출신이며 18명이 충청도 땅에서 순교했다.

충청도 출신자 중 강완숙 골롬바는 충청도 내포에서 태어났으며 오늘날까지 여성 평신도의 본보기로 존경받고 있다. 입교 후 한양으로 이주했으며 주문모 신부를 도와 여회장으로 활약했다. 자택을 주문모 신부 피신처 겸 집회 장소로 제공했고 1801년 서소문에서 참수됐다.

충청도 홍주 출생인 이성례 마리아는 최경환 성인,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이다. 박해를 피해 자주 이주하면서 자식들을 성경 이야기로 다스리고 수리산에 정착한 뒤 남편을 도와 교우촌 개척에 노력했다. 투옥 후 남편이 순교하고 젖먹이 막내가 죽어가는 것을 보며 배교해 석방되었으나 최양업이 신학생으로 중국에 유학 중임이 드러나 재투옥됐다. 그가 참수된 당고개 순교성지는 그를 테마로 조성됐다.

평화방송TV는 강완숙의 일대기를 탤런트 양미경을 주연으로 한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으며, 이성례는 최근까지 오페라, 뮤지컬 등을 통해 그의 삶이 조명돼 왔다.

대전교구에서 홍주는 가장 많은 하느님의 종이 스러진 곳이다. △원시장 베드로 △방 프란치스코 △박취득 라우렌시오 △황일광 시몬 등 4명이 홍주에서 순교했다. 한국 천주교회 창설 초기 입교한 원시장은 가난한 이들에게 재산을 나눠주고 이웃에게 교리를 가르쳐 입교시키는 등 하느님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했다. 정산에서는 △이도기 바오로, 덕산에서는 △정산필 베드로가 순교했다.

‘해미성지’가 위치해 있는 해미는 ‘순교의 고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가운데 124위 순교자는 △인언민 마르티노 △이보현 프란치스코 △김진후 비오가 있다. 김진후 비오는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로 많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대흥에서는 △김정득 베드로, 공주에서는 △이국승 바오로 △김원중 스테파노가, 예산에서는 △김광옥 안드레아가 순교했다.

청주교구에서는 청주에서 △오반지 바오로 △원시보 야고보 △배관겸 프란치스코 등 5명이 순교했다. 원시보는 형장으로 끌려가는 동안 아내와 자식, 친구들이 따라오니 주님과 동정 마리아를 만나는 데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며 모두를 돌려보냈다. 교회 서적을 필사해 가난한 교우들에게 나눠줬던 △김사집 프란치스코, 병인박해 당시 순교한 성 장주기 요셉의 6촌 형제인 △장 토마스도 청주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금까지 한국 천주교에서 시복 시성된 인물은 국내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가톨릭 성인 103위가 있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해 시성식을 직접 주재했다.

한국천주교회는 1997년 주교회의 추계 총회에서 신해박해(1791), 신유박해(1801), 기해박해(1839), 병인박해(1866) 순교자 중 103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순교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고 지역에서 현양되던 순교자를 포함해 시복시성을 통합 추진하기로 했다.

2001년 주교회의는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를 구성, 국내 예비 심사를 마무리 한 뒤, 2009년 5월 20일 시복 조사 문서를 교황청 시성성에 정식 접수했다. 이후 교황청은 이 서류를 검토했으며 이번에 시복을 하기로 결정했다.

시복이 확정되면 시복식은 보통 교황청 시성성 장관이 교황을 대리해 거행하며, 장소는 로마에서 하거나 시복 재판을 추진한 교구 현지에서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dpa 통신은 이번 시복은 교황이 오는 8월 대전에서 열리는 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함에 앞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복 결정으로 교황의 방한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시복이란? 교회가 공경할 복자로 선포하는 일. 복자는 성인(聖人) 이전 단계이다.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에게 복자 칭호를 허가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으로, 시복은 로마 교황청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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