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왕흥사지서 발굴 복식형태 독특 … 백제시대 작품일 가능성


석가모니를 출산하는 마야부인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백제시대 청동 인물상이 백제 위덕왕이 세운 사찰인 지금의 충남 부여 왕흥사 터에서 발굴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배병선)는 20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부여 왕흥사 터 구역 가운데 강당이 있던 곳에서 지난해 발굴조사 해 수습한 소형 청동인물상을 공개했다.

이 인물상은 높이 6㎝에 폭 2.5㎝인 소형으로 강당지하 고려문화층 중 맨 아래층과 백제시대 문화층 사이에서 확인됐다.

연구소는 “이와 비슷한 인물상은 출토 사례가 전혀 없고, 출토된 층위를 볼 때 제작 시기는 고려시대일 수도 있지만 조각상에 보이는 주름 표현과 같은 여러 요소를 볼 때 백제시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청동 인물상에 대해 연구소는 “석가모니를 출산하는 마야부인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자세와 발밑까지 내려오는 주름치마를 입은 복식은 국내에서는 출토된 사례가 없다”면서 “향후 면밀한 분석을 통한 연구결과를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유물을 관찰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불교미술사학자들인 강순형 국립문화재연구소장과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외국에서 몇몇 출토 사례를 비교 근거로 들면서 석가모니를 출산하는 마야 부인이라고 주장했다.

강 소장은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 소장 2~3세기 간다라시대 마야상이나 네팔국립박물관 소장 다른 간다라시대 출산하는 마야상, 그리고 5세기 무렵 북위시대 작품인 윈강석굴 제6굴의 마야상, ‘동위 무정(武定) 4년(546)’이 새겨진 불상과 광배의 마야상, 일본 호류지 소장 7세기 무렵 마야상과 비교할 때 현재로서는 석가를 출산하는 마야상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에서 비파괴 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 조각상 재료는 구리와 주석 합금으로 판명됐다.

왕흥사지는 577년 백제 위덕왕(威德王. 재위 554~598)이 봉안한 사리장엄(舍利莊嚴)이 출토된 사찰 유적으로 최근 강당지와 동·서 건물지, 강당 좌우에 배치된 건물지, 사역 서편 건물지 등의 규모와 내부구조, 축조과정 등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유물로는 곱돌로 만든 연화대좌가 재료 측면에서 희귀한 유물로 꼽히며 지붕 용마루 양쪽 끝을 장식하는 대형 기와인 치미 또한 독특한 양식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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