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를 걸으면서 육교를 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일부 학교 주변이나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 및 철도횡단 구간 부근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확실히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육교의 정확한 명칭은 횡단보도교 또는 보도육교다. 차도, 철로 등을 안전하게 횡단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시설물로서 차량소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하여 도시 곳곳에 설치되었다. 육교는 기준 이상의 유동인구가 확보된 곳에서 유동량에 따라 통행폭을 정하고, 하부의 교통상황에 맞게 높이를 정하여, 그 폭과 높이를 바탕으로 안전기준과 구조기준에 따라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러다보니 그 모습이 대부분 비슷하고, 교체나 수리가 힘든 위치이기 때문에 시설이 노후화된 곳이 많으며, 근래에는 지하철 통로 및 지하상가 등 지하 보행시설의 증가와 맞물리면서 기존 육교를 철거하고 있는 추세이다. 게다가 지역주민의 편의와 도시 미관을 우선시 하는 보행자 위주의 교통정책 영향으로 보도육교의 신규 설치가 감소하면서 점점 잊혀져가는 시설물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길을 건너야 하는 보행자의 입장에서는 육교보다 횡단보도가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감소 추세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규모 교차로에서의 횡단보도 신호 대기시간이나 지하통로의 이동방식이 육교와 동일함을 고려한다면 횡단보도와 지하통로 모두 육교보다 발전된 통행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횡단보도로 인한 교통체증 발생문제와 지하통로의 비경제성 및 폐쇄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차치하고 도시미관의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낡은 시설물의 철거만이 도시미관을 향상시키는 해법이 아님을 많은 리모델링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뉴욕의 하이라인파크(High Line Park)다.  이곳의 이름은 공원(Park)이지만, 과거 이곳은 도시의 흉물이었던 고가철도였다. 이 시설물은 도로 한가운데 방치되어 있는 낡은 구조물이기에 육교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뉴욕시는 폐허가 된 이 고가철도를 철거하고자 했지만, 예술인과 인근주민으로 이루어진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디자인공모를 통해 육교 형태의 고공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가능한 구조물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주변의 건축물 및 허드슨 강변의 전망 등과 어울릴 수 있도록 구역마다 특별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그 결과 하이라인을 걷는 사람들에게 이 공원은 정신없이 지나가는 도심 속의 일상을 다시 여유롭고 느리게 생각할 수 있는 휴식처 또는 사색의 공간이 되었다. 또한 그 속에서 뉴욕의 과거와 현재를 느끼고 생각하며, 시간의 흔적을 활용한 감상의 공간으로도 활용하게 되었다.
이제는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뉴욕의 관광명소로서 자리매김하면서, 도시미관의 획기적인 리모델링 사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례가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도시미관의 지향점을 찾는데 모범이 된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육교도 철거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시 속에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여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활용 가능한 육교를 선별하여 안전 진단 및 보강을 실시하고, 육교 계단 하부 공간의 음지를 현재의 유동인구가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나 소규모 화랑과 같은 양질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며, 육교위의 보도 형태나 폭을 리모델링하여 통행만을 위한 시설이 아닌 복합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리모델링의 경우, 화려한 외장을 갖추는 데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공간 활용에 역점을 두면서 동시에 자연 친화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 환경 속에서의 진정한 쉼터가 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이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다.
낡은 것을 버리는 일은 일각(一刻)의 만족을 주지만, 옛 것에 새로움을 더하면 억겁(億劫)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깨닫는 사고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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