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훈 청양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어제 밤에도 시골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서울에 자식이 둘이나 있는데….
요즘은 부모님의 임종을 보지 못하는 자식들이 많다. 특히, 시골에 사는 어르신 중에 ‘밤새 안녕’을 하지 못하고 다음날이나 한참 돼서야 이웃에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종종 일어나 보도를 접하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효자는 아침이면 주무시는 부모님 방으로 들어가 “방바닥이 따듯하신가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누워계신 이불 밑에 손을 넣어본다고 한다. 사람이 허리가 약간 굽어있어 손이 들어가면 살아계신 것이고, 허리가 바닥에 내려앉아 손이 들어가지 않으면 슬픈 일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충남 청양! 인구 3만명 정도 밖에 안 되는 시골 산골마을과 손바닥만 한 읍내가 전부다.
50년을 살아왔지만, 청양에는 내 나이보다 많은 사람이 인구의 절반이나 된다. 그 중 반은 65세가 넘은 분들이다. 자식이 있으면서도 산골 구석구석에 ‘독거노인’이 되어버린 우리시대의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다. 식사는 잘 하셨는지, 감기에 걸리지는 않으셨는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문득 한 달에 한 번 전화하거나 뵙는 부모님이 생각나 마음이 짠하다.
이렇게 시골에 홀로계신 우리의 부모님들을 위한 돌봄서비스가 필요하다. 물론 사회복지사 등 여러분들이 수고해주고 계시지만 인력에 한계가 있어 한 분, 한 분 챙기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경찰과 면사무소, 우편집배원, 택배기사님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로 했다. 한전 봉사단과 경찰 청렴동아리가 함께 독거노인 주택 전기시설을 점검하고 가재도구를 정리해 주기로 했다. ‘고운식물원’에서는 홀로계신 어르신들과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소년가장들을 위한 문화탐방을 흔쾌히 허락하셨고 교육청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셨다.
‘돌봄서비스는 경찰이 할일은 아니다’ 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으나, 우리 경찰은 ‘4대 사회악 근절’과 ‘사회적약자 보호’라는 양대 임무를 분명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이 둘은 얼핏 보면 다른 분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결코 아니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근절은 소년가장, 다문화가정, 장애여성 보호와 연결되고 더 나아가 사회안전망 구축과 국민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우리 경찰의 철학이다. 다만 혼자하기엔 부족하여 각계각층의 참여가 필요하고 그 연결고리를 우리 공무원들이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번 주말엔 부모님을 꼭 찾아뵈려고 한다. 만약 치안여건이 어수선해 혹 못 가게 된다면 전화라도 드려야겠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자주, 아니 매일 안부를 여쭐 셈이다. 안하던 일이라 처음엔 놀라실지 모르지만….
여러분도 함께 해보시죠?
“아버님! 별일 없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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