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환 충북도 총괄감사팀장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계절이 왔다. 활짝 핀 봄꽃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90년대 유행했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란 노래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봄꽃을 보고 “너는 장미보다 아름답진 않지만 그 보다 더 진한 향기가”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가사가 뇌리에 스치는 이유는 우리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이다.
우리 주위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청렴을 실천하며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공직자가 많다. 그러나 가끔 금품을 수수하거나 보조금을 횡령하는 등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는 몇몇 공직자 때문에 대다수의 청렴한 공직자들까지 부패하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공무원조직 전체가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청렴의 그 진한 향기를 드러내기 위해선 공직자 스스로 청렴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청렴이란 것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뜻하지만 우리는 흔히 청렴하다는 것을 알선·청탁을 하거나 받지 않는 것, 금품·향응을 받거나 주지 않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소극적인 청렴이다. 따라서 금품이나 향응만 받지 않으면 청렴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청렴이란 가치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청렴이라는 가치를 들여다보면, 기준이나 절차가 투명하게 잘 공개되는지,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지,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지, 민원인과의 약속을 잘 지켰는지, 직무관련 정보를 투자목적에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지, 무지로 인해 직무관련자에게 손해를 끼치지는 않았는지 등 보다 넓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사람은 모두 개인의 윤리수준 즉, “이 정도는 괜찮아”하는 자기만의 윤리적 기준을 갖고 있다. 많은 공직자들이 청렴에 대한 윤리적 한계를 금품이나 향응을 받지 않는 소극적인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청렴은 보다 높은 수준에 이르기가 어렵다. 특혜·특권의 배제, 이권개입 거부, 약속과 책임, 양심, 신뢰, 정직, 공평 등 이러한 청렴의 가치들을 스스로 정확히 인식하고 있을 때 우리의 도덕적 잣대가 높아지고 더욱 고차원의 청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정경유착이나 특혜에 따른 불공정 등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 시키고 불공정으로 소외 받은 부분의 활동을 위축시킨다. 부적절한 투자나 예산낭비는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재정낭비를 초래하며, 부패한 조직이라고 인식되면 신뢰회복에 따른 비용이 그 조직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청렴하면 하늘을 나는 나비와 같이 자유롭다. 또한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하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도민들 보기에도 떳떳하다. 공직자 스스로 공익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청렴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자기만족 즉,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면서 공직자 모두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청렴하게 수행할 때 이는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경쟁력을 높여, 결국 청렴 1등도 충북이 실현되는 것이다. 도민 역시 우리의 행정을 믿고 신뢰하면서 청렴에 동참할 것이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이 있다. 용을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린다는 뜻으로 어떠한 일을 할 때 최후의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함으로써 그 일이 완성되는 것이며, 또한 일 자체가 돋보인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공직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생활에서 청렴하지 못하다면 화룡점정이란 말은 사용할 수 없다. 아무리 화려하고 큰 성과를 냈다하더라도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부정과 부패로 만들어진 하나의 산물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청렴에서 시작해 청렴으로 마무리 될 때 그 성과가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바로 청렴을 정확히 인식해 청렴의 진한 향기로 도민과 함께하는 봄의 향연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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