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수학여행 폐지 청원
올해 충남·북 82개교 취소·보류 결정

경기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 325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와 관련, 수학여행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여객선 침몰사고를 비롯해 그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단체행사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내 학교의 경우 지난 2010525일 청주 원봉중 학생 360여명이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흔들바위 등반 중 폭우에 따른 산사태로 낙석과 탐방로 유실 등으로 고립됐다가 구조된 적이 있다.

이에 앞서 2008418일 제천 세명고 1학년 학생 347명을 태운 수학여행 버스 가운데 1대가 전북 남원에서 전도돼 버스에 타고 있던 교사와 학생 31명이 다쳤다.

이처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단체행사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학습 등에 자녀를 보내놓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나 마음을 졸여야 할 판이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몰사고로 수학여행 폐지청원이 등장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수학여행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학생들은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일선 학교 교사들마저도 부담을 느끼고, 가기 싫어도 따돌릴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수학여행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정부가 제도적, 법적으로 학교 자율로 하거나 단체 수학여행은 없애고 다른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없앤다고 능사가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잘못은 어른들이 했는데 아이들에게 추억을 뺏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폐지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관심분야가 비슷한 학생끼리 모여 자율적으로 수학여행을 진행하는 학교가 있다.

자율형 공립고인 충북 단양고는 2012년부터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높이고 관심분야의 다양한 진로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동아리별 수학여행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동아리별 수학여행 체험일정과 숙박, 식사메뉴까지 학생들이 직접 정하고 다양한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지난해 1118~2020개 동아리를 유사 동아리별로 연합해 1~2학년 292명이 10~35명씩 12개 팀으로 구성해 부산과 경상도 지역 대학 탐방, 박물관·연구소 견학 등 다양한 진로체험 중심으로 운영, 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

또 다른 자율형 공립고인 청원고는 획일적인 수학여행 대신 국토순례체험행진을 하고 있다.

1·2학년은 중간고사 이후 5월에 45일간, 3학년은 수능시험 이후 23일 동안 실시한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수학여행은 교과 과정의 하나로 교육적 의미 외에도 선생님과 소통하며 신뢰도 쌓고 친구들과 우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소규모·테마형 수학여행을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517일까지 체험학습을 하려던 도내 학교 106곳 중 29곳이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나 당장 이번 주에 수학여행을 떠나는 몇몇 학교는 위약금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예정대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떠나기로 했다.

충남 도내에서 제주도 수학여행이 예정된 72개교 가운데 11개교가 취소를, 42개교는 보류를 결정했으며, 나머지 학교들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다.

충남도교육청은 이번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현장체험학습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지영수·정래수>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