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괴산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장

집 아닌 다른 곳에서 가장 마음 편히 나만의 자유를 누리는 곳 해우소어감에서 주는 따뜻하고 푸근함도 있지만 조용히 사색하며 편안하고 안락함을 맛보는 장소로 이만한 곳이 또 어디 있으랴.

해우소라는 명칭이 사찰의 안내판에서 시작되어 대중에 전파된 뒤 곳곳에 사용되고 있지만 도심 공원의 해우소가 주는 편안함의 운치도 이젠 옛말인 듯 싶다.

문고리가 허술해 언제 누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불안감.

왁자지껄 취객의 소란과 듣기 거북한 사나운 언어.

철없는 불량 청소년들의 객기와 난잡한 어른들의 과한 추태.

괴이한 취미를 가진 못된 이들의 볼썽사나운 엿보기와 구토장이 되어 버린 세면장의 어지러움 등 편안하게 사색을 즐기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밖으로 나가지 못한채 두려움에 떨기도 하는 불안한 곳으로 변해가는 공원 해우소

우리에게 공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공원은 모든 사람들의 휴식처이며 마음을 다스리고 화해를 위한 곳,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다는 기다림에 설레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공원은 어떨까? 시끄러운 소음과 술에 취해 곳곳에 쓰러져 있는 사람, 어쩐지 불량해 보이고 알 수 없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 곳곳에 날리는 쓰레기와 악취 등 무질서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공원을 오염시키고 있어 이로 인해 사람들은 오히려 공원을 피해가고 있다.

매년 우리는 반복적으로 기초질서 생활화를 외치고 있지만 점점 더 좋아지기는커녕 공원은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되어 가고 오히려 질서는 먼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되어버렸다.

가까운 일본을 한 번 비교해 보자.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 때 대대적인 기초질서 캠페인을 벌였다.

2차 대전 패망의 상처와 좋지 못한 이미지를 씻기 위해 친절한 일본인 인상심기, 거리질서 지키기 등을 전개하면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손바닥을 내밀었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그렇게 온 국민의 열성적인 참여 덕분에 전세계에 일본의 새로운 이미지를 심고 또한 성공적인 올림픽과 함께 경제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19942월 윌리엄 브래튼이 뉴욕 경찰청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뉴욕은 살인과 무장강도, 폭력, 절도, 마피아들의 싸움 등으로 무정부 상태에 가까울 만큼 혼란스러웠다.

36000명 뉴욕시 경찰관들은 박봉에 위험하고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 뉴욕을 브래튼 경찰청장은 재임 2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를 만들었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강도는 39%, 살인 50%, 절도가 35%가 급감했다.

시민들의 경찰에 대한 신뢰도는 37%에서 73%까지 뛰어올랐고 뉴욕 경찰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직업 만족도는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브래튼 뉴욕 경찰청장은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공원 안전화를 추진하였으며 공원 내 주취자나 문신을 하고 소란을 일으키는 자, 쓰레기 투기나 건물에 낙서를 하는 자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그 안에서 수배자와 마약 범죄자 또는 흉기소지자를 검거하였고 그 결과 공원 주변에서 발생하는 범죄까지 서서히 줄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뉴욕시 전체의 범죄까지 줄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충북 경찰이 추진하고자 하는 것도 공원 내에서 발생할지 모를 강력사건의 예방과 공원 내 수배자와 흉기소지자의 색출 또는 가출학생의 상담, 치매 노인의 발견, 상습 주취자 처리 등을 토대로 공원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취지를 주민에게 돌려주기 위함이다.

지난 토요일 괴산경찰서에서는 가랑비 내리는 산막이 옛길에서 학생들과 국립공원지킴이, 증평소방서 119요원, 자치단체 공무원, 해병전우회, 자율방범대 등 민··경이 한데 어우러져 안전한 공원 만들기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그동안 많은 캠페인을 하면서 느낀 것은 관객들의 무표정과 우리들끼리의 잔치라는 인식을 지우기 어려웠는데, 아름다운 산막이의 향기와 주말의 여유로움 덕분인지 많은 찬사와 따뜻한 덕담을 넘치게 받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의 편안한 쉼터인 공원이 불량배에 점거되어 쉼터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못된 짓거리 후보생들의 예행연습 장소로 전락해 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위해 충북경찰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공원의 현황과 문제점, 방범 CCTV 설치, 공원지킴이 등을 활용하고 공원 주변의 순찰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물론 주민들의 지지와 협조는 절대적이다.

이제는 우리 공원에서 꽃 향기 같은 환한 웃음으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따뜻한 사람들을 매일 볼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그때까지 충북경찰의 안전한 공원 만들기 노력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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