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청 우리두리 봉사단






2006년 38명으로 시작… 소외계층 추천받아 매달 봉사활동
폐가 같은 지붕 고치고 나면 온몸은 뻐근해도 마음은 뿌듯
냉장고 등 가재도구도 지원… ‘행복 바이러스’ 전파하는 천사들

개발의 망치소리가 요란한 서산은 요즘 해지는 한반도의 서쪽 끝자락이 아니라 해가 뜨고 활력이 넘치는 희망의 땅처럼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하늘을 향해 공장 굴뚝이 치솟고 덩달아 산뜻하고 아찔한 아파트 숲이 건설되고 있다.
그 속도만큼이나 지난날 서산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가꿔 온 이들은 초라한 모습으로 홀로 남아 속절없이 온기를 잃어가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마련하고 지켜 온 집이건만 그 집도 주인처럼 성한 곳이 없이 도심속의 폐가로 늙어만 가고 있다.
후대의 안락한 삶을 위해 아낌없이 밑거름 된 이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노쇠한 육신을 잠시나마 편히 누일 수 있도록 보살피는 사람들이 있다.
서산시청 공무원 82명으로 구성된‘우리두리봉사단’이 그들이다.
수많은 소외계층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시청공무원들이 하는 봉사활동인데 뻔하지 않겠냐는 생각은 발상부터 잘못된 선입견이다.
2006년 38명으로 시작한 ‘우리두리봉사단’은 8년째 매월 넷째 주 토요일마다 하루를 온전히 불우이웃의 아들과 딸로 살아왔다.
읍면동사무소에 근무하는 복지사들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을 추천받고 현지방문을 통해 그 달의 봉사활동 대상을 선정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여직원 들은 청소와 빨래, 목욕을 도맡고 이어서 남자들이 도배와 장판을 깐다. 또 다른 한 조는 지붕위로 올라가 허기를 김밥 한 줄로 달래며 온 종일 비새는 지붕을 고친 뒤 해질녘에나 내려온다.
방치된 폐가처럼 보이던 지붕이 새로 해 넣은 금니처럼 반짝인다.
거동조차 힘겨운 노인의 해묵은 방 벽과 바닥이 때를 맞춰 새 옷을 입고 꼬질꼬질하게 나뒹굴던 옷가지가 제 빛깔과 향기를 뿜으며 접어지면 이들은 냉장고에 특별 서비스로 손수 담근 새김치를 넣는 것으로 토요일을 마감한다.
그제서야 코 막고 얼굴 찡그리며 노인의 집에 들어섰던 자원봉사들의 얼굴이 펴진다.
온 몸이 땀에 절고 노인의 냄새를 빨아들여 누가 봐도 그 집 노인의 자식같은 모습이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다. 뭐가 그리 아쉬운지 훈련소에 아들 맡겨두고 돌아서듯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노인의 집과 작별한다.
“ 그 기분은 우리두리봉사단만 알아요. 도저히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상상도 안 되던, 어디부터 손써야 할지 엄두도 안 나던 집에서 좋은 냄새가 나고 들어가고 싶은 방이 됐다고 생각해봐요.”
이경식(55.농정팀장) 단장은 아직도 그 보람이 생생한 듯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이들에게는 대단한 일이다. 남들이야 알던 모르던 매월 1만원씩 낸 회비와 자신의 땀으로 만든 진정한 행복이다.
애초에 누구에게 보일 생각이 없었기에 숨은 봉사랄 것도 없지만 이들이 뿌린 이들만의 행복바이러스는 서산시청을 감염시켜가고 있다.
82명으로 회원이 늘어나면서 회비 적립금이 늘고 더 내실있는 봉사활동을 펼치게 됐지만 희망자 모두 봉사활동에 나설 수 없는 것이 새로운 고민거리가 됐다.
해가 갈수록 수리장비가 늘어나고 숙련된 도배솜씨를 자랑하게 됐지만 하루에 흘린 땀만으로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가스레인지와 냉장고가 고장난 집이 대부분이고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이 혼자 사는 집을 말끔히 치우기는 어려워도 다시 더러워지는 것은 잠깐이다.
게다가 문명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불우이웃이 늘어만 가는 것도 고민거리다.
1만원의 회비로는 냉장고와 가스레인지 등 필수 가재도구 구입이 어려워 중고시장을 뒤지기도 했지만 마음이 편치 못해 새것으로 바꿔주고 있다. 여직원들은 남몰래 노인들에게 김치도 갖다 주고 청소도 해준다.
봉사활동이 주는 보람 이면에는 약자를 돌보는 사회적 책임과 맘껏 베풀지 못한 안타까움이 따르고 그 부담은 봉사활동을 거듭할수록 늘어만 간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이 공무원이기에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에 대한 정보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있는 방안들이 자치행정의 틀 안에서 고민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또한 지방자치의 활력소이다.
8년간 매달 집 고쳐주기와 도배,장판깔기, 청소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겨울이면 연탄배달에 참여하고 헌혈차가 서산시청을 방문하면 앞장서 헌혈차에 오르는 것도 이들이다.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휴일을 반납하고 자원봉사자를 자청하는 것은 이들의 전통이다.
총무를 맡고 있는 김충현(51·토지정보과) 씨는 “공무원들이 이웃 사랑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면 사회가 훨씬 더 밝고 따뜻해질 것”이라며 “기업체와 사회단체 등 민간봉사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봉사활동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도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노인복지사업이지만 서산시에는 불우이웃들과 체온을 나누고 그 속에서 보람을 찾는 공무원들이 있기에 희망이 보인다.
언제나 봉사활동에 솔선수범하고 있는 공로연수중인 정종문(60·전 인지면 부면장) 초대회장부터 엊그제 임용된 신규 공무원까지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구슬땀을 흘려 온 이들은 ‘뼈속까지 따듯한 사람들’이었다.  <서산/장인철>

서산시청 우리두리봉사단 명단

△초대회장 정종문 △단장 이경식 △부회장 이석봉 △부회장 권영분 △총무 김충현 △재무 이주복 △이승희 △심은실 △한은숙 △이병찬 △김민환 △이태규 △조효선 △백선영 △오영숙 △함미경 △김기자 △박신자 △이정심 △정현자 △조경호 △황혜영 △김창우 △김기석 △김세철 △김기인 △정윤하 △박미화 △함근수 △이명주 △백현희 △김종길 △이미정 △이소영 △유창연 △강명순 △최유호 △최영걸 △김국환 △이규선 △이종옥 △박성현 △김인섭 △신정은 △신영미 △이동우 △이현범 △허영미 △신현기 △이상민 △채필주 △송윤목 △이보형 △강현미 △김영환 △유동호 △이경구 △최신득 △노치석 △심덕수 △한만길 △한준덕 △류재남 △박기홍 △박영신 △조주형 △차재인 △함승우 △이재휘 △유현숙 △박지현 △유형경 △이하숙 △김성호 △유청 △정수진 △이영숙 △이종석



“자원봉사 하면 행복이 두배”
이경식  우리두리봉사단 단장
“자원봉사를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보람이 있습니다. 그 느낌과 보람, 행복을 간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사회는 정말로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서산시청 우리두리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이경식(사진) 농정팀장은 “자원봉사를 하면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말한다.
2006년 우리두리봉사단 창단 때부터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은 만사를 제쳐두고 봉사활동에 앞장 선 자원봉사자의 경험담이다.
함께하는 사람과 뜻이 좋아 시작한 봉사활동이 어느새 100회를 넘어섰다.
실적을 쌓고자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횟수에는 큰 의미를 부여할 것도 없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올바른 공직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새롭게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고쳐주고 새 단장해 준 집에서 사시는 노인들보다 우리가 더 큰 수혜자입니다. 수많은 민원과 담당업무에 파묻혀 사는 공직자들 또한 갈수록 각박해지기는 세상사람들과 마찬가지인데 우리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가슴에 담아 온 안타까움으로 더 열심히 본분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해마다 되풀이 되는 재해와 재난, 방역현장 파견근무만도 버거운 공무원들이지만 기회가 되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두리봉사단 창단 회원과 초대회장을 역임한 정종문 회장이 따뜻한 정성으로 쌓아 올린 서산시청 공무원들의 자원봉사의 전통을 이어간다면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믿기 때문이다.
정 단장의 소망처럼 우리두리봉사단에 가입해 1만원 행복을 수확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서산시청에도 자원봉사의 새바람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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