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 충북 방문


“레이먼 파니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신부였던 그 분은 인도에 가서 선교를 하다 힌두교인이 됐어요. 그러다 불교 공부를 하니 또 불교가 좋아져서 불교인이 됐지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힌두교인이 되기 위해 가톨릭을 버리지 않았고, 불교인이 되기 위해 힌두교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분은 “기독교는 이미 진이 다 빠진 듯 하다”고 했죠. 지금 유럽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서도 옛날식 기독교는 안 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뭘 통해 기독교가 살아날 수 있느냐? 바로 이중교배입니다. 다른 종교와 교류해야 기독교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기독교 뿐 아니라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오강남 교수의 강의 중에서)”
자박자박 길 위를 걸으며 내 안의 붓다를 찾아가는 ‘화쟁코리아 100일 순레단’이 충북을 찾았다.
‘화쟁코리아’는 갈수록 심화하는 한국 사회와 한반도의 분열, 갈등을 원효의 화쟁(和諍) 사상과 3.1 정신으로 치유하자는 범 사회 차원의 통합운동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2월 2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불교계 주요 종단 대표와 사회 각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선언식’을 가졌다. 도법스님(화쟁위원회 위원장)이 이끄는 ‘화쟁코리아 순례단’은 지난 3월 3일 제주에서 순례의 첫 발을 뗐으며 오는 6월 10일 서울 광화문공원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100일간 전국 16개 광역별 주요 도시를 순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의 발길이 지난 21일부터 충북에 닿고 있다. 지난 21일과 22일 충북 제천을 찾은 이들은 제천 의병의 혼이 서린 자영양당 참배를 했으며, 대일택시 농성장을 방문해 해고 노동자들을 위로했다. 23일에는 청주를 방문, 상당산성 남문에서 생명평화 백대서원 절 명상을 하며 출발, 상당산성 둘레길, 충북대 민간인학살추모관, 중앙공원, 청주읍성, 삼일공원 등을 돌아봤다. 이날 순례에는 화쟁코리아 상근순례단 20여명을 포함, 지역 주민 등 4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청주 용화사에서 ‘화쟁 콘서트 : 아하, 그랬구나’를 개최했다. ‘예수는 없다’의 저자 오강남 캐나다 리지아나대 명예교수(비교종교학자)가 강사로 나서 ‘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오 교수는 이날 강의를 통해 근본주의적이고 성서 문자주의에 가까운 한국기독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신관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종교 간의 대화는 자신의 종교적 삶을 좀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신을 믿는 기독교는 물론 불교에서도 어떻게도 설명할 수가 없다”며 “이 사태를 보며 한국의 종교인들은 종래까지 갖고 있던 신관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청원 단재 신채호 사당 및 묘소, 영동 노근리 등을 방문한 이들은 25일에는 옥천·보은을 찾아 유성기업 철탑 농성장,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26일에는 충주를 찾아 석종사, 세계무술공원, 탄금대를 둘러보고, 27일에는 음성 종합운동장, 반기문 마라톤대회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27일 오후 2시 음성 미타사에서는 음성 인근 종교인 모임이 진행된다. 순례단은 다음주에 대전과 충남을 찾는다.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에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불교 신도는 물론 개신교, 천주교 등 타 종교 지도자와 신자도 참가할 수 있다. 동참 신청서를 보낸 뒤 순례단이 있는 지역을 찾아 함께 걸으면 된다. 자세한 일정은 ‘붓다로살자’ 홈페이지(http://www.liveasa-buddha.org)를 참고하면 된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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