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서

수직의 낭떠러지를 맨주먹 맨발로 오른다

당신에게 가는 길, 혹은 내게로 오는 외골목을
주황나팔 내어 불며 간다 독을 품고 온다

방향없이 가두는 독, 나는 불륜이라 명명했고
당신은 사랑이라 칭했다

소문은 누구에게나 치명타다

내게서 찾는 것일까
담 너머 금낭화 씨앗이 영글다 떨어지고 함께 거닐던 샛길이
폭풍우에 짓밟힌다

어쩌면 한 잎
어쩌면 한 줄기
어쩌면 한 뿌리

통꽃으로 이우는 당신, 황홀한 잠시잠깐의 흡반이다
늘 꼿꼿한 슬픔 하나 나를 주저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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