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일

오늘도 가을 하늘 같은 파아란 웃음을 돈사려고 서산장터에
나가네 한바지게 풀어놓고‘ 진짜 웃음 사가유 원조 바보 웃음
이유 싸구려 싸구려유’ 목이 터져라 호객을 하지만 이젠 서산
촌놈도 서울사람 뺨치는 깍쟁이가 되어서 싸구려 웃음 따위는
거져준다 해도 쳐다보지도 않네 값비싼 서울의 냉동웃음에 인
이 박힌 아이들은 더더욱 들은 척도 하지 않네

네팔 산골이나 몽골 초원의 아이들이랑 어른들의 그림자 없는
웃음을 시장바닥에 부려놓고 케냐의 어느 바닷가에 사는 파
아란 웃음 푸지게 풀어놓고 거져준다 해도 모두 가난한, 미개
한웃음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네

오늘도 원조 바보웃음 돈사려고 한짐 땀나게 짊어지고 서산
장터에 나온 나의 바지게를 태깔 반드르한, 얼음 박힌 웃음들
이 툭툭 차고 그냥 지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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