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옥
달리는 차가 눈을 감고 고양이는 무엇을 찾는지
홍매화가 먼저 꼬리를 붉게 부풀립니다
새로운 것에 흥분하면 고양이는 좀 전의 차 소릴
듣질 못한데요 그것을 관문이라고 하나요
어제 저녁엔 새순 터지는 소리에 귀 기울더니
이젠 길에서 죽어간 제 몸을 그리워하고 있네요
지나간 차들이 치고 갔을 갈색 무늬고양이를
잠시 망설이다 나도 한쪽을 치었어요
죽은 고양이는 버려야 할 쓰레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푸, 심장이 문풍지 소리를 냅니다
내 옷자락이 차 밖으로 퉁겨졌나 봅니다
죽어 버린 듯한 내 마음속에 다른 이의 마음도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입을 다물려 해도 닿지 않아 벌리고 사는
고양이를 처음 알았어요 그 입 속,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을 당신은 갖고 있을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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