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엽
일곱 번씩 일흔 번을 달인 말씀 그득 채우고
물빛 고요히 누워있다
세상에서 다지고 다진 슬픔들
덩어리째 끌안고 사뭇 까맣게 숯물 되었다
손길 닿지 않는 깊이에서
덜 익은 상처 꾹꾹 눌러 매운 숨결 풀고 있다 씻고 있다
대바람 소리 밀물치는 뒤란
다소곳 가을 풍경 삭이는 어머니
세월 솔기마다 튿어낸 한숨, 그 위에
별빛 고운 어둠 감침질하고 있다
칠십년 우려낸 세월
욱신거리는 것 한 바가지 퍼내고
생의 보푸라기 갈앉히고 있다
구름 조용히 베고 누운, 다 저문 저녁
이제야 정수리의 부젓가락 뽑아내고
응달 되어버린, 어머니
세상에 단풍서리 저리 곱게 내리는데
검게 삭은 애간장, 그 맑은 수면 건너는
내 울음 찬송가 보다 싱겁다
동양일보TV
동양일보
dynews@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