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연 (청주대 사회학과 동문)

청주대 사회학과 학생 30여명은 지난 22일 대학 본관 앞에서 폐과 철회를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였다. 중간고사 기간에 도서관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학교 측의 폐과 결정에 피켓을 들었다. 시험기간에 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나와야 하는 것일까?
서울 주요대학 및 수도권 및 각 지역의 우수대학을 제외하고는 재정적으로 부실한 대학이 많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부실한 대학을 줄이고 교육의 질을 높여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누구나가 찬성할 일이다.
다만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수익이 남지 않는 비인기·기초학과 폐지를 통해 경영을 위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과연 그러한 인원 조정을 통해서 교육을 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며 학내 구성원들인 재학생들의 의견을 통해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충북 도내 청주대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학과의 폐지도 마찬가지다.
청주대는 최근 한문교육과와 사회학과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교수와 학생들의 합의도 없이 폐과에 대해 발표했다.
대학 측은 해마다 신입생 입학성적과 재학생 충원율 등 다각적인 평가 항목을 거쳐 3년 연속 최하위 그룹에 포함된 학과를 폐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의 이러한 설명과는 다르게 재학생들은 아무런 통보 없이 학과 폐지를 들어야했다. 재학생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학교 측의 이러한 처사는 학생을 정당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등록금을 내는 기계로만 보는 것과 같은 행보이다. 피켓을 들고 시험기간에도 나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어린 학생들이 과연 잘못한 일일까?
구조 조정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대안점을 찾지 못한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가 문제다. 입학을 하자마자 과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통보받는다면 얼마나 청천벽력 같은 일인가. 또한 이러한 행정을 집행하는 학교에 어떤 부모가 자녀를 믿고 입학 시킬 수 있을 것인가.
청주대는 한수 이남 최초의 4년제 종합대학으로 개교해 중부권 명문사학으로 불리는 곳이다. 소속 구성원들의 뜻과 반대되게 학과를 폐지하고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종용하며 구성원을 철저히 배제시킨 채 진행하는 학과 구조조정이 명문사학이라는 불리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학의 경쟁력은 구성원들에 달려 있다.
대학이 학생을 포함한 구성원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력을 논하고 학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되묻고 싶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징계와 구조조정의 강행보다는 지금이라도 절차상의 잘못을 시정하고 학생들과 의미 있는 협의점을 도출하도록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학교를 위한 길이라 하겠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