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기울어진 방은 밤마다 시끄럽다, 금 간 입술로 한숨을 쉴 때마다 눈
처럼 곰팡이가 쌓이는 벽, 당신의 가슴에 허술하게 발라놓은 시멘트
가 부스스 떨어진다. 방수 처리가 안 된 눈에 차가운 물방울이 맺히
기도 한다, 오늘도 틀어진 입으로 중얼거리는 창틀의 말은 시리고, 그
말을 받아 넘기던 당신의 목구멍이 얼어 터진다. 기침은 깨진 얼음
알갱이처럼 사방에 흩어진다, 부두처럼 몽글몽글 굳기 시작한 방의
어둠을휘젓다가 어깨가 더 뻐근해진다,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맥박소
리에 수경대나무가 누렇게 녹슨 잎을 갈며 슬프게 웃는다, 물이 새는
곳마다 송곳니처럼 자라난 고드름은 정수리를 겨냥하고, 벽에 누워
있던 바람이 당신의 아픈 관절마다 몰려들어 체온을 빼먹는다, 삐걱
삐걱 당신은 얼음 공화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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