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김승환 현대무용수

갈수록 무용인프라가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남자무용수는 귀한 몸 대접을 받는다. 현실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무용을 생활 깊숙이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무용수라면 ‘천연기념물’ 대접으로도 부족하다.
현대무용을 전공한 김승환(38·사진) 무용수. 그는 여느 무용수들과는 다른, 좀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대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박사과정에서는 연극영화학을 공부하고 있다.
무용이라는 장르만으로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층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신체극을 시작했다. 신체극이란 무용에 연극을 접목한 것으로, 대사가 없고 표정이 자유롭지 못해 자칫 어렵게 느껴지는 무용에,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연극적인 요소를 결합한 장르다.
“20년 가까이 무용을 하고, 그 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용만으로는 관객들과 소통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몸으로 표현하는 최고의 예술이 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사와 표정연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신체극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무용을 통해 관객들과 깊숙이 소통하기 위한 김 무용수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 클래식 공연에서 많이 활용하는 해설이 있는 공연을 시작한 것. 
그는 무용 공연에 내레이션을 더한 ‘해설이 있는 현대무용’을 시작했고, 자신이 이끌고 있는 무용단원들도 표정연습에 소홀하지 않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런 그의 열정은 지난 2004년 공연한 ‘초콜릿은 중독성이 있다’에서 큰 호응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 공연에서 무용과 음악, 노래, 연극에 관객까지 더한 마당극 형식의 공연을 선보여 무용 세계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중·고교시절 공부는 뒷전으로 여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비보이(B-boy)가 되고 싶어 하루 종일 브레이크댄스(Break dance)만 추던 남학생이 처음으로 집중해서 노력해본 것이 ‘무용’이었다는 천상무용수 김승환.
이제 그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김승환 만의 색을 가진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무용수들이 작품을 만들기는 하지만, 공연의 완성은 언제나 관객이라는 생각입니다. 예술의 가장 큰 힘인 ‘감동’이 관객들에게 전해지지 않으면 그 공연에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관객과 무대가 가장 가까운 공연을 펼치겠습니다.”
김 무용수는 오는 9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대전지역 현대무용수들과 함께 꾸리고 있는 ‘본 아트 컴퍼니’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신부 또한 현대무용을 전공한 김세은(30)씨다.
그가 우상으로 꼽는 청주지역 출신 무용수 류석훈씨와 아내 이윤경씨처럼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가 무용수인 김세은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혼 후 류씨처럼 부인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무용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선배 무용수들의 작품을 답습하는 무용수는 되지 않겠다는 김씨는 오는 12월 28일 대전 소극장 ‘마당’에서 ‘감성’을 주제로 한 신체극을 준비하고 있다. 이 극은 아버지의 삶을 소재로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계획이다.
김씨는 청주시립무용단 현대무용 트레이너와 구미시립무용단 객원단원, 상명대·청주대·국군간호사관학교 외래강사 등으로 활동했다. 전국대학신인콩클·전국대학콜클 은상, 대전젊은춤작가전 안무상, 국제 현대무용제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Korea American Dance Festivl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주요 안무 작품으로는 ‘오해균을 박멸하자’, ‘초콜릿은 중독성이 강하다’, ‘혐오스런 기러기는 죽었다’, ‘길 잃은 고래 우물에 빠지다’, ‘대한민국 남자로 산다는 것’ 등이 있다.
▶글·사진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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