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진보 교육감 당선 부담
김대성(사진) 충북도교육감 권한대행이 돌연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교육부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뒤 ‘이번 달 내에 사표를 수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년여 동안 이기용 전 교육감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냈고, 이제 사퇴할 시기라고 판단했다”며 명퇴신청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도교육청 안팎에서는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첫 진보진영 교육감으로 당선된 김병우 당선인과 불편한 관계를 의식해 명퇴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권한대행은 김 당선인이 취임해 업무를 파악하기까지 적어도 2~3개월 동안은 그를 보좌하고 다른 자리로 옮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도교육청 한 직원은 “김 권한대행은 이 전 교육감과도 정책의 방향 등을 놓고도 맞는다고 생각하면 설전을 벌이는 등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며 “이런 김 권한대행이 정책의 방향이 맞지 않은 새로운 교육감과 함께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년 6개월 동안 충북교육을 이끈 보수성향의 이 전 교육감이 학업성취도 평가 5년 연속 전국 최상위 등의 업적을 거뒀고, 그런 교육감을 보좌했던 그로서는 김 당선인의 입성과 함께 과거의 교육정책이 부정되고 배척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당선인이 김 권한대행의 소신과는 거리가 먼 혁신적인 교육정책 방향을 제시함에 따라 함께 갈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권한대행은 “(명퇴신청은) 김 당선인과는 관계가 없다”며 “김 당선인이 취임할 때까지 업무 인수인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권한대행의 명퇴 소식을 전해들은 김 당선인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당선인은 “최근 김 권한대행을 만나 덕담을 주고받았고, 그의 경륜과 전문성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김 권한대행이 교육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나의 방침에 곤혹스러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측 관계자도 “김 권한대행이 조직을 안정되게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당선인과의 의견을 조율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도교육청 직원들도 김 권한대행의 갑작스런 명퇴 소식에 술렁이는 모습이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김 권한대행이 명퇴신청을 한 사실을 오늘 아침에 알았다”며 “조직이 더 흔들리지 않고 빨리 안정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다른 부교육감과는 달리 업무만큼은 누구보다 많이 챙겼다며”며 “능력 있는 직원을 우대하고 부족한 직원은 가르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 권한대행은 서울 출생으로 1977년 9급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충남 당진의 한 초등학교에서 업무를 시작해 1985년 교육부(당시 문교부)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순발력과 업무장악력 등을 인정받으며 교육부내 감사관실과 고등교육정책과, 사립대학제도과장 등 요직을 거친 뒤 지난 2012년 4월 충북부교육감에 임명됐다.
이후 강직한 성품으로 조직 전체를 장악했으며, 이 전 교육감이 지난 3월 5일 충북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도교육청을 떠난 뒤 3개월여 동안 무난하게 도교육청을 이끌어왔다.<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