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서 더 매력적인 소리… 그래서 행복하다



판소리를 시작한지
18, 소리꾼 조애란(38)씨의 꿈은 아직도 평생 소리를 즐기는 것이다. 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명창부 최우수상 등 굵직굵직한 대회 수상자 명단에 빼놓지 않고 이름을 올렸지만 그저 소리가 좋아 판소리를 시작했던 첫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소리꾼으로서 그의 유일한 목표다.
대학 새내기 시절 우연히 접한 판소리 공연에 매력을 느껴 무작정 대구 팔공산으로 유성준 선생을 찾아가 심청가와 홍보가를 배웠다. 이후 김추자 선생에게 수궁가를, 정순임 선생에서 심청가와 홍보가, 수궁가를 사사받았다.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 마는 근성이 있긴 하지만 사실 판소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판소리 공연을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전공을 하기 에는 나이도 많고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조씨는 당시 대구대 사회과학대 지역사회개발학과에 다녔고, 자신이 판소리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경남 남해군에서 어부로 일하셨던 아버지께서 판소리를 좋아하시긴 했지만 제대로 감상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판소리 전공자들 보다는 시작이 늦었지만 그는 쉬지 않고 노래했다. 가슴팍 가득 한덩어리를 토해내는 소리꾼의 울음을 가슴으로 느끼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무엇보다 바른 소리를 하기 위해 스스로의 삶도 정갈하게 꾸리기 위해 노력했다.
소리꾼 조애란의 특기는 박동실제 심청가. 전남 담양군 출신의 박동실 명창은 1940년 이후 판소리 전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서편소리를 이은 중심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박동실제 심청가는 다른 창본에 비해 골계미가 축소되고 비장미 중심으로 무속적 세계관의 표명과 인간중심적 사고의 결과물로 인간의 이해가 깊은 소리다.
이 심청가의 소리구성은 전형적인 계면조의 활용으로 화려하게 선율을 꾸려서 슬픔을 강조하며 일관성 있게 계면성음을 끌어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판소리에서 계면조는 다른 어떤 악조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경향이 많은데 조씨는 그것을 깊게 표현하는 소리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동실제 심청가는 서편제의 전통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일제의 압박으로부터 고난과 박해를 판소리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그래서 여느 심청가보다 더 애절하고 깊은 느낌이지요. 관객의 마음에 더 가까이 가는 소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소리꾼인 조씨가 생각하는 판소리의 가장 큰 매력은 어렵다는 것이다. 시간을 많이 들여야 완벽에 가까운 소리를 할 수 있고, 끼와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특별한 재미를 지녔다.
득음이라고 했던가. 판소리 창자의 음악적 역량이 완성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많이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어 판소리가 가장 진실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조씨. 그래서 그는 하루도 쉼 없이 소리한다.
조씨는 마음이 뜨거운 소리꾼이다. 1976년 경남 남해군 출신으로 어려서 상대적으로 문화혜택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재능기부 공연을 많이 펼치고 있다.
복지관이나 시·군 지역 행사, 사회복지시설 공연 등 자신의 소리가 위로가 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마치 소리꾼의 소명인 것처럼.
다른 소리하는 사람과 다른 또 하나. 그는 명창이 되고 싶다는 꿈이 없다. 명창이 되면 유명하거나 돈을 더 많이 벌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소리 하나로 행복해 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평생 소리하고 박동실제 심청가를 떠올렸을 때 관객들이 조애란이름 석 자를 생각해 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는 2002년 동초제 심청가 완창 발표를 시작으로 백여회 판소리 공연을 펼쳤다. 국립국악원 지정 판소리 강사를 지냈고 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명창부·장흥전통가무악 전국제전 명창부 최우수상과 충북민예총 올해의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사회문화예술교육 강사로 충북도지정예술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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