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본사 상임이사)

수년째 그만 두었던 아침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아침운동을 그만둔 뒤,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부담감이 사라져 점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새벽까지 TV채널만 돌려대며 그게 그것인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잠들지 못해 뒤척이다가 새벽녘 겨우 늦잠에 빠지는 생활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최근 작은 수술을 한 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스로 몸을 챙기지 않았다는 반성과 게으름에 대한 경고라는 자각, 그리고 잃어버린 내 아침시간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평소보다 2시간 이른 시각, 알람소리가 잠을 깨운다. 평소같으면 스위치를 누루고 다시 꿀잠에 빠지겠지만 주저하지 않고 벌떡 일어난다. 신문을 훑어보고 밖으로 나오면 공기가 상큼하다. 그새 부지런한 새들은 나무 위에서 새벽을 깨운다.  
운동을 하러 가기위해 차에 시동을 걸고 라디오를 튼다. 차안 가득 울려퍼지는 경쾌한 멜로디. 캣 스티븐스(Cat stevens)의 모닝 해즈 브로큰(Morning has broken)이다. 아, 반가운 음악. 이 음악도 얼마만인가.
70년대초 갓 대학생이 되었을 때 자주 들었던 팝송이다.
‘Morning has broken’이라는 문장을 두고, ‘아침이 부서졌다, 아침이 깨졌다’며 ‘모닝커피에 계란을 깨뜨렸나보라’고 친구와 낄낄대던 노래. 그러나 우리말 번역은 ‘아침이 밝았습니다’라고 우아하게 표현했었지.
‘...새로 내린 비처럼 달콤하게/ 하늘의 햇빛을 받아 마치 처음 내린 이슬처럼/ 처음 자란 잔디위를 적셔오네요/ 이 햇빛은 나의 것/ 이 아침은 나의 것/ 에덴의 탄생을 지켜보았던/ 한줄기 빛으로 태어난 아침/ 넘치는 기쁨으로 찬양합니다/ 매일의 아침을 찬양합니다...’
60, 70년대 영국 포크음악의 거장이었던 캣 스티븐스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돕기 위해 만들었다는 자선곡 ‘세상이 둥글게 되는 날’이라는 노래도 듣고 싶다. 온라인에서 다운받는 수익금 전체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에 전달된다는데.
차창밖으로 들어오는 새벽 공기를 들이킨다. 폐포 구석구석까지 맑은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라고 심호흡을 한다.
그래, 이랬었지. 예전에 아침운동을 하러 다닐 때도 이런 기분이었지.
벚꽃잎 흩날리는 봄이나, 초록잎 눈부신 여름이나, 부윰하게 밝아오는 우암산 순환로를 달릴 때도, 한 겨울 눈길을 달려 따뜻한 수영장엘 들어 갈 때도 아침이 내 것이라는 포만감이 있었다.
수년전인가, ‘아침형 인간’의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면 인생을 두 배로 살 수 있다는 주장을 한 일본 작가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아침형 생활은 단순한 시간 관리만이 아니라, 생활과 인생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온다는 말에 공감했었다. 나의 아침운동은 그런 공감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
아침형 생활은 습관이다. 그리고 그 습관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쉽지 않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는 단순하면서 강력한 습관의 힘에 대해 역설했다.
어떻게 하면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그는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에게 효과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면서, 습관을 근절할 수는 없지만 바꿀 수는 있다고 했다.
결국 습관을 항구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아침운동을 다시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잃어버렸던 아침이 돌아오고 있다.
그렇다. 이렇게 소박한 바람으로 출발이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아침은 매우 기분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세수를 하고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오늘은 복이 있을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천상병 ‘아침’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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