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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하나를 따며
애호박 하나를 따며
  • 동양일보
  • 승인 2014.07.10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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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청주 행정초등학교 교감)


 

울타리에 심어 올린 호박이 가뭄에도 열매를 잘 맺는다. 어쩌다 한눈팔면 너무 여물어 늙어가는 호박이 늘어난다.
호박이 잘 달리는 이맘때 여름이면 마루에 앉아 국수를 밀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밖에서 실컷 놀다 해가 져 집으로 달려가면 홍두깨로 밀어 넓게 펼쳐진 밀가루 반죽이 보인다. 칼로 썰어 육수(?)가 펄펄 끓고 있는 솥에 밀어 넣고 휘휘 저으면 한 끼를 때우는 칼국수가 된다. 호박을 썰어 넣은 그 국수를 아주 싫어하였다. 아이가 싫어하는 국수를 매일 하는 것이 미안한 어머니는 국수 꼬랑지를 남겨 불에 구워 주셨다. 그 꼬랑지는 동생들이랑 나누어 먹기에 너무 짧은 것이었다.
예전에 보리밥을 많이 먹은 사람은 보리밥이 싫고, 국수를 많이 먹은 사람은 국수가 싫어 어른이 되어서도 별로 즐기지 않는다. 쌀이 없으니 점심에는 감자나 고구마를 삶아 때우고 저녁에는 멀건 국수로 때우는 살림이었다.
하지만 그때가 더 사람 사는 것 같았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오는 사람 막지 않고 남의 집에 불쑥 들어가도 흉이 아니었다. 그 멀건 국수도 끼니 때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숟가락을 쥐어주며 꼭 먹여 보냈지 그냥 보내는 일이 없었다.
지금은 먹을 것이 넘쳐나 너무 먹어서 맹꽁이배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또 될 수 있으면 안 먹는 연습을 하면서 살을 빼느라 고생이다. 이 넘치는 풍요 속에 인심은 가난해져만 간다. 물질이야 나눌 수 있다 해도 마음을 나누는 일이 많지가 않다. 현관문을 꼭꼭 닫고 사람을 경계해야 하다 보니 마음도 꼭꼭 닫아 혼자가 되어 간다. 이는 이웃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기사에서 ‘소년원에서 온 눈물의 편지’란 글을 읽어 보니 그곳에 온 아이들은 가정해체를 경험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가족이어야 하는데 가정이 해체되어 따로따로인 상태이니 대화가 불가능한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의지하는 것도 마음 붙일 데가 없어서이다. 부모들은 돈 버느라 아이들과 눈 맞추고 놀아줄 새가 없고, 친구들은 방과후 끝나면 각기 다른 학원에 가느라 놀 새가 없고, 집에 가면 형제가 없어 놀아줄 사람이 없다.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엔 학교 갔다 오거나 밖에서 놀다 돌아오면 엄마가 계셨다. 엄마가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은 큰 위안이었다. 엄마가 계시지 않으면 집 안이 텅 빈 것 같아 온 동네를 찾아 다녔다. 요즘은 엄마도 바쁘다. 그러니 컴퓨터나 휴대폰을 엄마 삼아 놀게 된다. 엄마를 대신하는 것들은 시간이 갈수록 발달하는데 그 문명 속에서 인간은 점점 소외되어 가고 있다.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일방적인 지시지 대화가 아닌 부모들도 많다. 또 내 자식을 무척 감싸고 애지중지하고 잘 키우는 것 같지만 나만 아는 이기적인 아이로 키우는 것이지 정말 바르게 키우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제멋대로인 아이는 밖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남과 어울리지 못하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
윤이 반지르르 흐르는 애호박 하나를 따며 배부른 세상에서 아이들이 마음이 고프지 않도록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방학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방학동안 훌쩍 자란다. 방학이 끝나면 몸도 마음도 훌쩍 자란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방학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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