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만에 고향방문 ‘청주시민의 노래’ 선물

 
청주출신 세계적인 작곡가 박영희(70·독일 거주)씨가 50여 년 만에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 음악공부를 위해 고향을 떠난 지 50여년 만이다.
한국적 정서를 서양악기와 현대음악기법으로 표현, 작곡분야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박 작곡가는 이번 고향 방문길에 큰 선물을 들고 왔다. 통합청주시 출범을 기념하고 시민들이 희망을 노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청주시민의 노래를 작곡해 온 것.
박 작곡가가 청주시민의 노래와 같은 상징곡을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전문 연주를 위한 곡만 작곡했던 그였지만 시민의 노래를 작곡해달라는 청주시의 제안은 거절할 수 없었다.
자신의 예술적 토양을 만들어 줬던 고향과 고향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뻤다. 4월말 청주의 여러 문인들이 함께 쓴 글을 받고, 두 달 후 그 글에 곡을 붙여 다시 청주시에 보낼 때까지 그는 한시도 청주시민의 노래를 머릿속에서 지운 적이 없다.
연주곡을 만들 때보다 더 신중했다. 가볍고 편하게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으면서도 깊이와 감동 있는 곡을 고향에 선물하고 싶었던 그는 4번이나 작곡을 다시 할 정도로 열정을 다했다.
박 작곡가의 청주시민의 노래선물에 청주시는 통합청주시 1호 명예시민증으로 보답했다.
이로써 여성과 동양인 최초 스위스 보스윌 세계 작곡제 1, 여성작곡가 최초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축전 위촉, 동양인 최초 하이델베르크시 여성예술가상 수상 등 최초로 일관된 그의 이력에 통합청주시 최초 명예시민도 보태졌다.
음악공부를 위해 청주를 떠난 지 올해로 50년이 됐는데 아직도 고향집 번지까지 기억할 정도로 그동안 고향을 잊어본 적이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다시 저를 길러주고, 예술적 토양을 형성해 준 청주의 시민이 된다는 생각에 얼마나 설렜는지 모릅니다.”
지난 10일 열린 통합청주시 출범 경축음악회에 앞서 만난 그는 막 음악공부를 시작하던 청주여중 2학년 학생마냥 설레는 표정으로 청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과시했다.
8남매 중 일곱째인 그는 유난히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퉁소를 연주하시고 시를 쓰셨던 아버지는 자신이 지은 글에 음을 붙여 노래를 부르셨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음악을 좋아하던 열 살 어린 아이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받아드릴 수 없는 슬픔이었다. 당시 사범학교에 다니던 언니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피아노를 가르쳤고, 몰두할 곳이 필요했던 박 작곡가도 피아노를 열심히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
그는 까무잡잡하고 촌스런 청주소녀가 서울대에서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도 기죽지 않고 장학생으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통합청주시 출범 경축음악회에서도 그가 여성작곡가 최초로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축전 위촉 작곡가로 선정돼 만든 작품 소리를 비롯해 빛의 열매’ ‘타령 V’ 등 다수의 작품을 초연, 고향에 대한 뜨거운 사람을 과시했다.
제가 작곡하고 현대음악은 쉽게 말하면 현재의 소리입니다. 음악을 듣고 있는 현시대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쁘게 반겨주신 고향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더 좋은 곡으로 자주 만나는 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1945년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1181에서 출생한 그는 청주여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4년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공부하고, 브뢰멘 국립대 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독일 베를린 예술원 회원으로 국민훈장 석류장·KBS해외동포상·백남상 등을 수상했고, 세계현대음악명예의전당 파울 자허 재단에 친필악보가 영구보관 돼 있다. 그는 자신의 음악 스승이었던 클라우스 후버 작곡가와 결혼해 현재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다.
/김재옥·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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