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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과 정한론(征韓論)
명량과 정한론(征韓論)
  • 동양일보
  • 승인 2014.08.1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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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호(시인, 황간초 교장)

"전하, 요즘 왜국의 정세가 심상치 않사옵니다. 저놈들이 조총이란 신무기를 만들어 호시탐탐 조선 침략을 노리고 있다 하옵니다."
병조판서 이이가 왕과 경연을 하는 도중 격하게 목소리를 높인다. 조선시대 왕은 바쁜 하루일과 중에도 세 차례 경연을 통해 유교의 기본 경전을 공부하고, 신료들과 학문 및 정치토론을 벌여야 했다.
그 날도 경연 자리에서 병조판서 이이가 십만양병설을 왕에게 건의하였는데, 이때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꼭 십년 전의 일이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 선조22년(1590) 3월 어느 날이었다.
왕은 꿈자리가 어지러웠다. 언젠가 경연 자리에서 십만 양병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7년 전에 생을 마감했던 이이가 산발한 머리로 나타나 왕을 향해 큰 절을 두 번이나 올리는 것이었다. 
왕은 영의정 서애 유성룡을 어전으로 들라 명하였다.
그리곤 어지러운 꿈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이렇게 명하였다.
"아무래도 십년 전 병조판서의 이이의 말이 맘에 걸리오. 허니 공은 급히 일본에 통신사를 보내 저들의 동향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펴보길 바라오."
이렇게 해서 서인 계열의 정사 황윤길, 동인 계열의 부사 김성일, 서장관 허성을 중심으로 이백 여명의 통신사 일행이 구성되어 일본을 향해 출발하였고, 무려 십 개월이 지난 뒤에야 조선으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왜국을 다녀온 통신사를 위로하기 위해 경회루에서 성대한 연회를 베푼 자리에서 왕은 정사 황윤길에게 손수 술을 따라주며 풍신수길과 왜국의 정세에 대해 물었다.
"그래, 풍신수길은 어떤 야욕을 가진 인물이던가?"
"예, 전하, 풍신수길은 눈빛이 반짝거리고 탐욕과 지략이 넘치는 자로 우리 조선뿐만 아니라 명(明)나라까지 침범할 욕심을 부리고 있사옵니다."
이어 부사로 따라간 김성일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였다.
"전하, 너무 심려치 마소서. 그의 눈은 쥐와 같으니 족히 두려워할 위인이 못되옵니다."
참으로 딱하고 답답한 노릇이었다. 같은 눈으로 보고, 같은 귀로 들으며 왜국을 돌아온 두 사람이 파벌을 이유로 정반대의 의견을 왕에게 보고하였으니 말이다.
결국 왕은 당시 집권세력에 속해있던 김성일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웬만한 백성들조차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리라는 소문이 이미 민가에 파다하게 알려졌다고 한다.
정한론(征韓論)은 18세기를 전후로 일본에서 무력으로 조선을 정복하자는 주장이었다. 일찍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명나라를 치기 위해 조선의 길을 빌린다."는 구실로 조선 정복을 정당화했으며, 그 후 청일전쟁을 앞둔 19세기 말에도 청나라를 핑계로 조선을 정복하자는 주장을 하였다.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로 양국이 외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아베 정권과 일부 측근들이 금융공격으로 한국 기업 및 경제를 무너뜨려야한다는 새로운 정한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영화'명량'이 연일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시기에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이순신장군의 리더십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이의 충언이 아니더라도 매사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경계하여 이 땅에 다시는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대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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