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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입맞춤
축복의 입맞춤
  • 부관리자
  • 승인 2014.08.19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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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수필가)
 4박 5일 100여 시간을 우리 땅에 머무른 프란체스코 교황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나셨다. TV와 신문을 통해서 교황님의 행보를 열심히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 새 훌쩍 떠나시는 모습에 섭섭하기도 하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우선은 고령이신데도 건강에 별 무리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무사히 귀국하셨다는데 안도 한다. 세월호사건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고 치유 받으며 행복해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요 은총이다.
   14일 서울 공항에 내린 때부터 18일 바티칸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교황님의 표정은 시종일관 누구보다도 인자하고 평화로웠다. 그 분은 신(神)의 대리자답게 세상에 아무런 욕심도 걱정도 없이 다 초월하신 분처럼 보였다.
   박근혜대통령의 조촐한 영접으로 맞은 환영식에서 교황님이 한 사람씩 손을 잡아주며 눈길이 머문 것은 세월호희생자 가족, 새터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이었다. “마음이 아픕니다. 유가족들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한마디가 그동안에 우울의 늪에 빠져있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주고 무슨 말이든 터놓고 싶은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의미로 노란 리본을 달고 네 번이나 유가족들을 만나 진지하게 위로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음성 꽃동네에서는 장애인들을 만나 일일이 어루만져 주고, 품에 꼭 안아주며 그들의 아픔을 위로했다. 좋은 의자를 마다하고 서서 장애아들의 재롱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트를 그려 화답하던 그 분의 얼굴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명동성당 미사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맨 앞자리에 앉혀 위로하는 등 그 분의 마음은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낮은 사람들에게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 주셨다.
   그는 교황이 되고나서 프란체스코 성인의 청빈과 겸손, 헌신의 삶을 따르기로 하고 가톨릭교회가 가난한 이를 위해 존재하는 가난한 교회가 되길 원했다. 지금도 그분은 관행을 깨고 교황 관저가 아닌 낡은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에 머물고 있단다. 그 분은 걸어 다니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손수 운전하고 다니며 가난한 이들과의 만남과 소통을 원하셨다. 지난해 교황 즉위 후 맞은 첫 생일상에 동유럽 출신 노숙인 세 명을 초청해 함께 나눈 일화도 유명하다. 이전의 교황들이 해외 방문 때 걸었던 황금 목걸이와 붉은 구두 대신 철제 목걸이와 허름한 검은색 구두일 뿐이었다.
  방탄차를 원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만든 가장 작은 차 쏘울을 타고 다녔으며 대중교통인 KTX를 타기도 했다. 오픈카로 관중을 가까이서 직접 보고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참으로 평화로워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방탄차를 타지 않는 이유가 “나는 더 잃을 것이 없다.” 라니 모든 것 내려놓고 더욱 낮아지고자 함이며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감동적이다.
  소탈한 할아버지 같은 교황의 아이 사랑은 방문 첫날부터 화제였다. 아기들을 보면 멈추어서 머리를 쓰다듬거나 이마에, 볼에, 입 맞추고 축복해주는 인자하고 온화한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다가온다. 사심 없는 그 천진난만한 표정이 아이들의 마음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분의 밥상도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숙소인 주한 교황청 대사관 직원식당에서 이태리식 위주로 하며 전속요리사도 대동하지 않았단다. 외식도 특별한 요리가 아니고 우리가 보통 먹는 비빔밥, 갈비탕, 숯불갈비, 백김치 같은 소박한 음식이라니 특별한 분의 특별하지 않은 식사도 우리와 한층 가깝게만 느껴진다. ‘청빈 교황’이라는 애칭이 왜 생겼는지 알만하다.
   교황님이 우리에게 남기고 가신 교훈은 무엇인가. 이 땅에 첫발을 내딛으며 하신 첫 말씀은 ‘평화와 화해’였다.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는 말씀을 시작으로 방한 내내 평화와 화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죄지은 형제의 잘 못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며 갈등을 극복하고 신앙을 사랑으로 실천하자는 것이었다.
청소년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고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를 경계하라고도 했다.
  짧은 방한 기간이었지만 교황님이 우리에게 보여 준 말과 행동이 남긴 여운은 참으로 컸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은 모두에게 큰 감동을 선물했다. 이번 방문으로 국민의 62%가 교황님께 호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그분이 낮고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소탈한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교황님이 선물하고 가신 사랑을 되새기며, 우리도 그 분을 따라 실천해야 할 과제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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