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광흠 괴산경찰서 수사지원팀장

올해는 여느 해보다 유난히 대형사고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하루하루를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 8일 대형카드 3사의 고객정보 유출사고를 시작으로 3건의 대형 사고가 일어났고 2월에는 4명을 사망하게 한 빙그레 공장 폭발사고 등 2건의 대형사고, 3월 1건, 4월 16일에는 국가의 존재감조차 묵살해 버린 세월호 침몰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 모두가 떠들썩하게 안전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정부는 말만 무성했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에는 정부와 사회를 불신하는 풍조만 생겨났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
너도 나도 대형사고에 대한 책임을 내가 아닌 정부에 떠밀었다. 그래야만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가 질타의 대상으로 가리키는 손가락의 끝에는 우리 모두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의 살림을 맡은 이들이 우리 국민 중의 누구일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법질서를 완벽하게 지키며 산다고 자신 있게 손을 들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최근에 터진 대형사고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책임의 대상을 향해 가리키는 손가락을 우리 자신 쪽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지난 12일 발생한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꽃게 잡이 어선(59t급)이 인근을 지나던 예인선과 바지선 간의 연결 밧줄에 걸려 전복되면서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어선과 예인선이 통신연락을 하는 등 사전 조치가 필요했지만 선장은 이를 무시했다고 하고 그나마 해경의 민첩한 대응으로 ‘에어포켓’에 있던 3명의 목숨을 구했다.
이 사고는 아주 기본적인 수칙만 지켰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그뿐인가. 지난 7월 22일 태백에서 발생한 무궁화호와 관광열차 충돌 사고는 기가 막히다.
업무수칙을 어긴 채 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관광열차 기관사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승객 1명이 사망하고 91명이 부상당해 넉 달 전 세월호 침몰 사고의 뼈저린 교훈이 무색하기만 했다.
이 두 사고를 보더라도 현장에서 ‘설마’ 하는 부주의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렇듯 우리 생활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뿌리 깊은 병폐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대부분의 사고가 우리의 몸에 밴 안전 의식 부족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저마다 근무 현장에서 기본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경찰관은 경찰관이 지켜야 할 기본을, 현장에 종사하는 사람은 생산현장에서 지켜야할 기본을, 운전자는 운전 시 탑승자 안전을 위해 교통질서의 기본을 지킨다면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열차 사고의 기관사처럼 본인은 당연히 해야 할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대형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정부나 사회가 지기를 바란다면 그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될 자격이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