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흥덕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안금나

 

지난 6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7월에는 미니총선이라고 불렸던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특히 올해에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여느 선거보다 더 많은 예측과 분석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심했을 것이며 선거의 결과를 놓고 다양한 감상들을 가졌을 것이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들 하지만 대형 참사를 겪고 치른 지방선거에서 56.8%의 투표율을 보여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투표를 통한 의사표현이 중요하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높은 참여율은 우리나라 선거문화에 있어 양적 향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적 향상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까?
우리나라 선거문화를 논하면서 단골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후보자간 정책대결의 실종이다.
후보자 TV토론회나 선거유세 현장의 연설을 보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성 공약과 상대후보에 대한 인식공격성 네거티브 전략이 여전히 많다.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유권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공이 많이 든다. 반면 상대방을 비방하는 흑색선전은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고 본인의 이미지를 상대적으로 쉽게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전략이 선거 때마다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이것이 대중에게 잘 먹히기 때문이 아닐까?
흔히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측에서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는지도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네거티브 전략이 정책노선과 전문성보다 더 중요한 검증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검증은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함께 끝나는 것도 아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따져보고 당선 후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한다는 의미의 매니페스토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선거문화는 선거 때에만 후보자 공약을 보고 투표하자고 강조한다 해서 조성되지 않는다. 선거문화의 변화에는 여기에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숙한 정치문화가 정치권의 변화만을 기다린다고 찾아오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유권자가 변화된 자세를 보여주고 정치인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결국 정책·공약에 대한 관심과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평가되어 다음 선거에 반영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 그런 분위기를 우리 스스로 조성해 가는 것이 정책선거이며 성숙한 선거문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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